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세계의 누구에게나 꼭 적용되어야 할 일종의 약속이다. 공무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괜히 '열정 페이'가 욕을 먹겠는가. '열정'과 '충성심'을 무기로 직원을 휘두르는 상사는 정말 손으로 셀 수도 없이 많다. 대학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현재까지도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한두 사람은 꼭 있다.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 연봉이 근 1억이 되는 그분과 신규직원의 실 수령액이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가끔 메신저에서 한담을 나누곤 하는 이와 이야기하다가 들은 이야기였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들은 것은 몇 년 전으로, 아직도 그때 이야기만 하면 황당해진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세금을 70% 넘게 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와 나의 실제 사용 금액이 비슷할 수 있는가. 대충 그 직위의 사람들이 연봉 평균을 한참 올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그의 실 수령액을 원 단위까지 알고 있다. 네이버 검색만 해도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얼굴색 하나 안 바뀌는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한다. 단호하게 부정하자 들려오는 말은 '내 앞으로 먹여 살릴 입이 많아서'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집도 차도 장성한 자식도 있으신 분이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심지어 자식도 앞으로 돈 들일 일 밖에 없는 하급 직원과 맞먹으려 든다. 사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 내가 일을 시키고 싶은 만큼 너희가 일해.
뭐 대충 이런 느낌의 말이다. 혹은 그냥 정말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이거나.
나는 공무원이 모든 새로운 근무 형태의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주 52시간도, 최저임금도(여담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9급 1호봉의 사무실 근무자는 실수령액(본봉+수당-세금-기여금)이 최저임금 수령자의 국민연금+4대 보험 뗀 금액보다 적다. 진짜다. 우리 9급 후배들을 보면 가끔 안쓰럽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도 논란이 많은 노동 방식은 공무원이 먼저 해 보아야 한다. 일반 국민들을 무슨 오픈 베타테스터처럼 여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비교적 근무를 나누는 데 유연할 수 있는 공무원이 그 역할을 클로즈 베타테스터로서 해 보는 수밖에. 물론 모든 제도가 다 좋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한두 개 정도는 얻어걸려도 좋지 않은가. 늘 마음속으로는 불만을 가득 담아도 새로운 제도를 시험해 보는 마인드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직원이 많은 회사의 문화가 정착이 되면 다른 회사에도 그 문화가 옮아갈 것이다. 공무원이 칼퇴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사회 전반으로 그것이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비슷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직원 수가 몇 천 명은 되는 대기업이나 가능할 텐데, 그곳의 근무 환경은 지나가는 소리로만 들어도 윽 소리가 나온다. 그래도 모 대기업에서는 주 4일제를 실시하거나 일부 선도적인 벤처기업도 여러 가지 실험적인 제도를 운영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줄어든 근무시간에 비해 인원을 채워주지 않는 막막함이 있다. 공무원의 정원은 늘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일은 늘 해마다 비슷하거나 많다. 심지어 요즘은 퇴직, 휴직이 갑작스럽게 생기는 일도 늘어난다. 장기교육도 종종 있다. 이런 인원을 위해서 예비 인원이 즉시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일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제한에 부딪혀 기존보다 많은 일을 적은 사람이 적은 시간 동안 해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결론이 나온다. 제목 그대로다. 결국, 돈 안 받고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것도 꽤 자주.
칼퇴근을 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다. 저녁 있는 삶은 적절한 일의 배분으로 완성되는데 많은 상급자들이 그것을 간과하고 있다. 국감이나 비상근무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누군가가 남아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즉시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정부가 주에 52시간을 일하라고(이렇게 바뀐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한 것은 상급자가 당당하게 '돈 받을 생각 하지 말고 야근이나 해'라는 말을 하게 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야근 없는 삶을 꿈꾼다.
강요 없는 회사를 희망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