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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라이언 Jun 07. 2024

'일'의 경계선을 긋지 않는 태도

일과 일, 팀과 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애매하게 놓여있는 일 허물기

일을 하다 보면 나의 일도 너의 일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에 놓인 일을 자주 만난다. 아니다. 경계에 걸쳐 있기 때문에 '나의 일' 일 수도 있고, '너의 일' 일 수도 있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누가 주인인지 확실하지 않은 일, 둘 중에 누가 주인이 되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보통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첫 번째 이유는 조직에서 R&R(*Role and Responsibiliteis)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은 프로세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R&R의 선을 명확하게 긋기란 매우 어렵다. 운 좋게 R&R을 잘 정의하더라도 새로운 일은 늘 생겨난다. 따라서, R&R을 기준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갈 길을 잃은 일'은 일과 일 사이. 팀과 팀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알게 모르게 차곡차곡 쌓인다. 일의 속도는 느려지고, 커뮤니케이션도 힘들어진다. 누군가가 그런 일을 맡아서 처리하면 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문화가 조직 전반에 깔리면 성과는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서로 간의 관계도 좋을 수 없다.


우아한형제들은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에서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는 표현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김봉진 (전)의장은 <이게  무슨 일이야 컨퍼런스>에서 이 문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과 일 사이에는 빈 공간이 많다. 그걸 누군가는 메꿔야 한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봤다면 내가 먼저 처리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원티드 하이파이브 컨퍼런스>에서 만난 라인플러스 김유진 님도 'Compassion Leadership'이란 개념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Output'이 아니라 'Outcome'과 관련된 일을 하는 조직은 원래 R&R을 구분하기 힘들다.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거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하거나, 성장이 필요한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가짐. 한번 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결국 "함께" 잘 일하는 방법이다.


혹자는 이럴 수 있다. "네, 좋은 말씀 잘 들었는데요. 문제는 왜 제가 희생해야 하냐는 거죠." "내 일이 아닌데 제가 왜 나서야 하나요?" "우리 팀 업무가 아닌데요. 우리가 그런 것까지 챙겨야 하나요? 그건 저 팀에서 해야 한다고요." 이런 반응이 주변에서 자주 목격되거나 당연하다고 느껴진다면 여러분의 조직이 위험하다는 신호다. 조직과 구성원이 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거나, 전체 조직의 목표보다 나의 목표와 팀의 목표에 더 치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혹은 아예 목표나 비전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나의 일과 너의 일은 곧 우리 조직의 일이다. 나의 일만 잘한다고 우리 팀만 잘한다고 조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모두의 일을 잘 해내면 조직은 잘 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내 일 같기도 하고, 너의 일 같기도 한 애매한 일을 발견했다면 그냥 일단 해보는 것이 어떨까? 도저히 못하겠다면 김봉진 의장이 말한 것처럼 "여기 일이 있어요!"라고 모두가 알 수 있게 외치기라도 하자. R&R에 종속되지 않고, 역할을 넘나들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본인 일이 아닌데도 동료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함께 일을 잘하는 방법이다. 내가 먼저 하는 것이고, R&R과 프로세스는 그다음이다.



* 커버 사진: UnsplashWill Fran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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