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냉면, 고기

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 300/30, 고기반찬

by B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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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에덴동산에서 따먹지 말라는 열매를 따먹었다.



1. 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 - 조규찬 [2집] / 1997


인류 최초의 식탐은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 에피소드에서 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뱀도 남자와 여자 못지 않게 선악과를 먹고 싶었던 것 같다. 뱀이 소심한 건지, 신중한 건지, 일종의 임상실험을 사람에게 먼저 시켜본다. 사람들이 먹고 별일 없으면 자기도 먹으려는 심산이었으리라. 아니, 여기서 반전. 뱀은 이미 먹었을 수도 있다. 혼자 먹고 독박 쓰기 싫으니까 같지 죽자는 계획이었을 수도 있다. 암튼 사람이든 뱀이든 도대체 몇 개나 먹었기에 야훼는 그렇게 역정을 냈을까? 아니, 먹었다고 그렇게 역정 내실 거면 처음부터 만들지 말든가.


죄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몇 년 전 ‘서양미술사’에 대한 교양강좌를 들었는데 그때 강사 선생님 이셨던 전한호 선생님의 통찰을 좀 빌려 본다. 죄는 남에게 책임을 떠밀면서 시작된다는 통찰. 선악과 에피소드에도 자세히 나온다. 야훼가 남자에게 선악과를 따먹었냐고 추궁하자 남자는 바로 여자가 주니까 먹었다고 변명한다. 그 말을 듣고 야훼께서 여자에게도 물으니 여자는 또 뱀이 꼬셔서 먹었다고 변명한다. 불쌍한 뱀은 변명도 한 마디 못하고 젤 먼저 벌을 받는다. 그러고 보면 선악과의 효능은 직방이다. 먹자마자 선과 악을 알게 되고 심지어 활용도 할 수 있게 됐으니.


그에 비하면 조규찬의 <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의 화자는 굉장히 솔직하고 정직 한 사람이다. 까놓고 말하면 너랑 만나는 동안 몇 번 바람피웠다는 건데, 나는 싫다는데 자꾸만 유혹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겁나 당당하게 이게 ‘현실’이란다. 나중에 가면 “너도 보면 반했을 걸?” 하며 살짝 변명조로 나가긴 하지만 시종일관 당당한 건 사실이다. 노래하는 화자가 남자 이성애자임을 가만해 보면 이 자식은 참 뻔뻔하고 나쁜 남자이긴 한데, 적어도 에덴동산 남자와 여자처럼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지는 않으니 더 괜찮은 놈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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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00/30 -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씨 없는 수박] / 2013


살면서 비참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중에 한 순간이 집을 구할 때이다. 어릴 때 나는 크면 자연스럽게 평생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갖게 되고, 또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고, 또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게 되고, 당연히 자연스럽게 집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런 당치도 않는 상상을 했을까? 이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비참해지는 건 어릴 적 그 당치도 않은 상상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현실. 내가 보기에 부모님 세대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식 세대가 내 몸 누일 집 하나를, 사기는커녕 빌리기도 힘들 거라는 것을.


비참한 상황에 대한 익살과 유머는 재미있지만, 재미의 크기만큼 씁쓸하다. 그저 다 필요 없고 평양냉면이나 먹으러 가고 싶다가도, 생각해보면 평양냉면은 비싸다. 그래도 먹어야지. 평양냉면 값 아낀다고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3. 고기반찬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Goodbye Aluminium / 2008


이 곡 앞에서는 감히, 아무런 말도 쓸 수가 없다. 이토록 숭고한 절규가 또 있을까. 에덴동산 남자와 여자는 호기심과 식탐으로 선악나무 열매를 마주 했지만, 이것은 생존을 위한 절규로 고기 앞에 당당히 맞선다. 이곡의 가사는 자세를 고쳐않아 묵상할 필요가 있다.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 든든해야 노랠하지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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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배고파서 따먹었다 했으면, 봐주셨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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