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Life, 2018
(**스포 주의)
1.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본 사람은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다며 보면서 졸았다.
이 영화처럼 대중적이지 않고 뭔가 (이상한 말이지만) 예술적?(이상한 말이지만)이라고 일컬어지는 영화들이 대중적인 영화들보다 더 좋은 영화라거나, 더 고급스러운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이건 이런 영화고 저건 저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소위 예술영화라고 일컬어지는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재미보다는
여러 각도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적어도 나에겐.
2.
SF영화지만 과학적으로 엄밀하진 않다. 그런 거에 관심도 없는 것 같고.
하지만 포장지는 SF 호러 스릴러 어딘가에 있다.
미래, 인류는 범죄자들을 우주선에 태워 먼 우주로 보내며 임무를 준다.
하나는 블랙홀 가까이서 관찰과 정보수집에 가까운 뭔가를 하는 것이고,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그 뭔가가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는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생체실험인데 먼 우주여행 중에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게 인류가 수명이 다 된 지구를 버리고 다른 정착지를 찾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행 실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했지만, 이런 상상도 영화엔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우주선에 탄 한 무리의 범죄자들은 지구를 떠나 왔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애초에 돌아올걸 생각하고 보내 진 것이 아니다. 우주선에 탄 순간 그들은 사형을 당한 셈이다.
다만, 전기의자에서 몇 분 만에 죽는 게 아닌, 몇십 년 동안 느리게 죽는 사형선고.
3.
거의 대분분이 우주선 안에서 만 이루어진다. 밖은 매우 광활하지만, 몸 둘 것이 없는 우주.
미니멀한 우주선 안에서 그들은 출산 실험에 몰두한다.
딥스(줄리엣 비노쉬)는 의사로서 사람들의 건강도 관리하고,
정액도 채취하며 출산 실험을 지휘하지만 마녀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다.
우주선 안 중세적 마녀, 매우 기묘한 느낌을 준다.
딥스가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장면은 제사처럼 느껴진다.
비가 내리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듯, 아이를 내려 달라고 비는 열정적이고 과격한 제사.
또 몬테(로버트 패틴슨)가 잠든 사이에 동침하는 장면에선 성경의 롯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소돔과 고모라 멸망 후 롯이 두 딸들과 동굴에서 지낼 때, 남편이 없었던 두 딸들은 번식을 위해 차례로 롯과 동침했다는 이야기.(창세기 19장 23~38)
딥스도 동침으로 채취한 정액을 보이스(미아 고스)에게 주입에 결국 딸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왜 딥은 스스로 엄마가 되지는 않는 걸까?
4.
위키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사건의 지평선이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그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계면을 듯한다. 가장 흔한 예는 블랙홀의 바깥 경계.
영화는 딱 그 지점에서 끝이 난다.
내 마음이 삐뚤어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난 이영화가 종말의 이야기처럼 읽혔다.
인류는(인생은) 종말을 향해 가고, 향해가는 과정은 대부분 지옥이다.
#영화를 잊지 않고, 잃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