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tliners, 2017
*** 스포일러 주의
1.
엘렌페이지 때문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그렇다. 오직 엘렌페이지.
2.
<유혹의 선(1990)>이라는 영화의 리메이크 영화다. 동네마다 비디오 가게가 흥하던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나오는 신작 출시 및 영화 소개 광고책자를 통해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본일을 기억해 냈다. 푸르고 창백했던 포스터.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걸 보면 꽤 멋지다고 생각했나 보다. 결국 못 봤지만, 보고 싶어 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2017년판 <플랫라이너>를 본 후 1990년 판을 찾아볼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보고 싶고, 봐야 할 영회는 많고 그러다 보면 이 영화는 순위에서 한없이 밀리게 되리라.
3.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의대에 다니는 부잣집 젊은이들이 사후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학교 몰래 실험을 하기 시작한다. 실험 방법은 간단? 하다. 일단 심장을 정지시키고 1분 후 다시 살려내는 것. 죽어 있는 1분여 동안 뇌는 컴퓨터와 연결해 계속 스캔하면서 사후 뇌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과학적, 의학적으로 정리하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런 정리를 토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은 보너스. 우리의 용감한 코트니(엘렌 페이지)가 첫 타자로 직접 자기 자신을 가지고 실험하는데, 죽었다가 다시 돌아온 후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 사실은 새롭다기보다는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쪽에 더 가깝다. 신체 감각, IQ 등이 월등히 좋아지는 것 등등. 코트니의 성공 이후 다른 녀석들도 앞다투어 실험을 하고 저마다 능력이 업그레이드된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다. 감각이 너무 좋아져, 귀신같은 초월적 존재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
일단 이야기가 말이 되든 안되든, 지루하진 않은 영화였다. 끄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는 몰입감은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야기가 말이 되든 안되든.
그렇다고 시간 죽이기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영화는 아니다. 보고 나면,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데, 안 봐도 좋았을 것 같은 후회는 남는다.
다만 이 영화에 이상하게 훌륭한 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호러적인 부분이다.
4.
<플랫라이너(2017)>의 호러 장면들은 정말 느닷없이 튀어나와 꽤 오랜 시간 동안 영화를 채우고 다시 느닷없이 사라진다. 청춘물 비슷하게 시작해서 느닷없이 호러로 바뀐 후 다시 청춘물로 끝나는 마무리.
이 타이밍, 그러니까 무섭게 하는 타이밍이 아니라, 영화가 갑자기 호러물로 바뀌는 타이밍이 나에겐 기괴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캐릭터별로 장소도 나름 다양한데. 코트니(엘렌페이지)는 집, 제이미(제임스노튼)는 보트 안,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말로(니나 도브레브)는 오래된 병원 안. 장소와 인물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의 호러 연출이 꽤 만족스러웠다.
특히 좋았던 장면은 첫 실험 성공 후 코트니의 집 욕실 안 장면이다. 혼자 머리를 말리던 코트니는 욕조 샤워 커튼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열어 놓는다. 뒤돌아서 창문을 열던 코트니는 다시 샤워 커튼이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으스스하고 멋진 장면이라 생각한다. 넓은 집, 혼자, 욕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샤워 커든 여닫는 소리. 당연하게도 가서 열어보면 아무것도 없다.
5.
엘렌페이지 때문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호러라는 의외의 장면들을 만났다.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영화지만,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와서 적어도 두 가지는 해 내었다고 생각한다. 엘렌페이지가 일을 했고, 호러 장면이 꽤 됀찮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