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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MANIAC 2018

by B Side

*** 스포일러 주의

다운로드.jpg 캐리 푸쿠나가(연출), 패트릭 소머빌(극본) 엠마 스톤, 조니 힐 총 / 10부작


지루하고, 나른하고,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상태로 10부를 맞이 했다. 마지막 회 또한 마찬가지. 이상하게 이 드라마는 이해 안 되고 재미없으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그만 볼까 지칠 때쯤에 툭툭 등장하는 빛나는 장면들이 중단하기엔 아깝게 만들기도 했다. 참으로 이상한 드라마다.


모든 이야기는 마지막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대체로 마지막이 좋은 작품을 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매니악의 마지막 장면, 애니(엠마 스톤)가 오언이 입원한 정신병원에 찾아가 오언(조나 힐)을 탈출시켜 솔트레이크시티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매우 평범 하고 매우 많이 봤음직한 장면이지만, 매니악의 이 엔딩의 좋았던 건 멋진 대사와 좋은 웃음 때문이다. 탈출을 위해 첩보작전처럼 화장실로 불려 온 오언은 환자 옷을 갈아입으라고 옷을 벗어주는 애니에게 묻는다.


"애니, 여기 왜 온 거예요?"

이어지는 애니의 청량한 대답

"친구니까요, 친구끼리는 이러는 거잖아요"


그런 단순한 말이 좋았다. 이 단 한 마디를 위해 10편을 견딘지도 모르겠다. 경비들을 따돌리고 낡은 트럭으로 출발하면서, 애니와 오언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환하게 웃었다.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의 마지막 조지 클루니의 미묘한 미소와 견줄 만큼 좋은 웃음이었다.


이 작품을 미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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