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늦은 건 아닌지

<92 내일은 늦으리> – 더 늦기 전에

by B Side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지난 세월

앞만을 보며 숨차게 달려 여기에 왔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이제 여기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네


어린 시절엔 뛰놀던 정든 냇물은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흘러가고


공장 굴뚝에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내일의 꿈이 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 빌딩 숲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


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이젠 느껴야 하네

더 늦기 전에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


저 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던 우리의 별들을

하나 둘 헤아려 본지가 얼마나 됐는가

그 별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힘없이 꺼져가는 작은 별 하나,

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저 별마저 외면하고 떠나보내야만 하는가


<92 내일은 늦으리> 중 - 더 늦기 전에 (신해철 작사/작곡/편곡)



92년 당시의 슈퍼스타들이 환경이라는 한 뜻으로 모여 엄청난 앨범을 만들었다. 함께 공연도 했고 나는 TV로 공연 실황을 봤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샴푸와 비누를 자제하고 나빠져 가는 환경을 지키자는 스타들의 호소에 나도 일회용품과 샴푸 사용을 자제하려도 꽤나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거기서 끝이었다. 작은 실천은 근본적인 태도의 문제를 가리는데 자주 이용된다. 일회용품과 샴푸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환경문제는 태도의 문제여야 했다. 앞으로의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가 되어야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곡은 태도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앞만을 보며 숨차게 달려오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의 태도를 돌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삶의 태도를 수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대로 사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하지만, 이미 늦은 건 아닌지를 생각한다.

작게는 내 아들, 넓게는 내 이후의 인류에게 죄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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