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함의 이면

단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

by B Sider

애플워치의 액정은 모델에 따라 소재가 다른데, 크게 'Ion-X 글래스'와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 두 가지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도의 Ion-X는 작은 마찰에도 쉽게 스크래치가 나지만,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한 치의 생활 스크래치도 허용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Ion-X는 어떠한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 않지만, 비교적 낮은 강도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금이 가거나 깨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떤 소재가 더 단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 들어 주위에서 ‘긁는다'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사람의 심기를 살살 건드리는 것을 말하는데, 멘탈에 생채기가 나는지 안 나는지 시험해 보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허나 쉽게 긁힌다고 해서 무른 사람도 아니고, 좀처럼 긁히지 않는다고 해서 단단한 사람도 아닐 것이다.


다만 회사라는 환경에 한정했을 때는, 적당히 긁힐 줄 아는 사람이 좀 더 단단한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투명하고 솔직한 사람, 티 없이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이 거친 세상에서 어떻게 그렇게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우면서도, 언젠가 그 순수함이 깨져버릴까 봐 걱정스럽기도 했다. 동기, 그리고 선배들의 안광이 갓 신입사원들의 그것보다 매트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일까.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우리를 빛바랜 세대로 치부하지 않으려 한다. 시간이 흘러 축적된 유연함을 통해 뛰어난 내충격성을 갖게 된 단단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흠집은 때때로 재미난 안줏거리가 되기도 하고, 오늘의 흠집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깨지지 않는 껍질 덕분에 꽤 많은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었다.


동시에 깨져버린 이들을 연약한 세대로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뼈를 깎듯이 스스로를 조각하는 노력을 통해 온전한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것 또한 얼마나 단단한 인생인가. 이따금 과거에 두고 온 유리 조각이 생각난다. 나는 깨져버린 껍질 사이로 드러날 연약한 속살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깨질지언정 긁히지 않는 높은 경도의 사람, 그리고 긁힐지언정 깨지지 않는 높은 강도의 사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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