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주고 살자

힘을 빼기 위해 보낸 날들

by B Sider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혹은 그 밖의 중요한 순간마다 힘을 빼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도 될까 말까인데, 어떻게 힘을 빼고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잘하고 싶은 의지와 욕심에 반비례해 힘을 뺀다는 것은 마치 재야의 고수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술 같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을 마주함에 따라, 그 의미를 내 나름대로 찾을 수 있었다. '힘을 뺀다'가 유효한 시점은 사실 어떤 일의 결말보다는 과정에 있었다. 힘들었던 과정은 배신하지 않았고, 힘든 과정은 곧 힘을 빼는 과정이었다.


이 악물고 목표를 향해 달렸을 때, 어느 순간 내 몸에 한 줄기 힘도 남아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때야 비로소 경직됐던 몸의 긴장이 풀리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때때로는 내 몸에 힘이 남아있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성공의 기억을 돌아보면, 노력을 증명해야 했던 마지막 순간만큼은 나는 온전히 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었다. 관성의 법칙처럼 그저 몸이 기억할 뿐이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내 몸은, 힘주고 달려온 지난날들을 증명하고 있었다.


깃털 같은 몸짓으로 유유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을 보며 오늘도 주먹을 꽉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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