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의 이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어떤 배꼽이었을까.

by B Sider

손톱 하나 들어갈 틈 없이 꽉 묶인 배달 음식의 비닐봉지 포장을 풀기 위해 끙끙댔다. 쉽게 풀어지지 않는 매듭은 나로 하여금 기어코 가위를 들게 했다. 서걱서걱, 일말의 고민 없이 매듭을 잘라내는 순간은 마치 통곡의 벽을 무너뜨리는 듯한 묘한 쾌감을 줬다. 한때는 형태가 온전했을 비닐봉지에 거칠게 잘려 나간 흔적이 남았다. 묶이기 전, 그리고 자른 후의 비닐봉지는 분명히 달랐다.


식사를 마친 후, 불러오는 배를 감당하기 위해 바지 끈의 매듭을 조금 헐겁게 해 본다. 옷은 자고로 편해야 최고라는 내 철학 아래, 바지 끈은 언제든지 풀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 풀린 끈은 마치 누구와 엮여본 적 있냐는 듯, 태연하게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흔적기관이라는 단어가 있다. 과거에는 쓰임을 다했으나, 시간이 흘러 점차 퇴화하거나 사라져 흔적만 남게 된 기관을 의미한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타인과 연결되었던 탯줄을 잘라낸 배꼽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기억나지 않는 흔적을 뒤로한 채,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관계를 맺고 끊기를 반복한다. 서로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던 꽉 묶인 관계는 거칠게 잘라낸 기억을, 서로에게 너무나 관대했던 관계는 텅 빈 기억만을 남긴다. 관계의 매듭을 짓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것 같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어떤 배꼽이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단단함의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