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의 2주, 쉼과 회복의 시간

다시 걷기 전, 나를 돌보는 법

by 지혜로운 기록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날,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몸과 마음을 안고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배에는 여전히 배액관이 달려 있었고, 가슴과 배꼽은 매일 소독과 연고 치료가 필요했다. 허리는 곧게 펴지지 않았고, 평평한 침대에 눕는 것조차 힘들었다. 무엇보다 수술 자국을 마주할 마음의 용기가 부족해, 조금이라도 더 돌봄 속에 머물고 싶었다.


요양병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기준은 세 가지였다.

아산병원 셔틀 운행 여부, 맛있는 식사, 병실이 병원 같지 않은 분위기일 것.


입원 첫날과 둘째 날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먹고 자고, 소독하고, 주사를 맞으며 하루가 금세 흘러갔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몸무게였다. 복부 자가조직 수술로 배가 홀쭉해져 “좀 빠졌겠지?” 내심 기대했는데… 수술 전과 똑같았다. 순간 허탈함보다 웃음이 먼저 터졌다. 이럴 수가!


셋째 날부터는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족욕 공간에 앉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안마의자에서 가장 약한 세기로 안마를 받았다. 오랫동안 굳어 있던 몸이 풀리며, 나 자신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담아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은 샐러드, 죽, 수프, 삶은 달걀, 요거트와 과일.

점심은 잡곡밥과 쌈 채소들.

저녁은 다시 죽과 샐러드.


매 끼니 사진을 찍어 엄마께 보내드리자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냐”며 웃으셨다. 아산병원 밥에 질려 있던 터라 억눌린 식욕이 폭발했던 것 같다.


2인실에서 생활했는데, 2주 동안 무려 다섯 명의 룸메이트가 바뀌었다. 처음엔 교류가 거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적응해 갔다. 특히 넷째 날 들어온 룸메이트는 나를 다른 환우들에게 소개해 주고, 커피도 함께 마시며 유익한 정보들을 알려주셨다. 그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치료를 앞둔 내게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요양병원에서 가장 위로가 된 건,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었다는 것. 셔틀버스를 타고 아산병원 진료를 다녀올 때마다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고, 정보와 마음이 함께 오갔다.


요양병원 2층 야외 공간은 작은 리조트 같았다. 아침 식사 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차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이 나만의 힐링이었다.


처음엔 머리도 감지 못했는데, 퇴원 전에는 샤워가 가능해졌다. 모션베드에서만 잠들 수 있었는데, 마지막 날에는 평평한 침대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는 내 몸이 그저 신기하고 감사했다.


퇴원 전날, 성형외과 진료에서 엄진섭 교수님은 수술 부위를 다시 확인해 주셨다. 배에 고여 있던 물도 괜찮아졌고, 흉터 테이프도 제거해 주셨다. “수술 부위가 잘 회복되고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흉터 관리법도 안내받고, 다음은 6개월 뒤에 뵙기로 했다.


요양병원에서의 2주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푹 쉬고 회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언니, 동생 같은 인연도 생겼고, 앞으로 다가올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준비할 많은 정보와 용기를 얻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JH야, 잘할 수 있겠지?

Of course.”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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