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낸 자리, 다시 채워지는 삶

새로운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나의 길

by 지혜로운 기록


한 달의 회복, 다시 걷기 시작하다


유방암 전절제와 복부자가조직 재건 수술을 받은 지 어느덧 한 달.

내 몸과 마음은 조금씩 회복을 향해 걷고 있다.


퇴원 후, 두바이에서 온 남동생이 우리 집에서 함께 머물며 아침엔 샐러드, 점심과 저녁까지 정성껏 챙겨주었다. 요리까지 잘하는 내 동생, 참 고맙다. 그 따뜻한 마음이 큰 보약이 되었다.


몸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누워 지내며 부어 있던 붓기가 빠지고, 배는 홀쭉해졌다. 매일 만보를 걸으며, 복부 힘으로 스스로 일어나며, 나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치유의 무대, 대구로 향하다


앞으로의 항암과 방사선 치료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받기로 했다.

서울에서 계속 치료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었지만, 부모님 곁에서 식단과 운동, 회복까지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택했다.


영남대병원은 유방암 치료 경험이 많고, 최신 방사선 기계도 도입되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홀로 남겨질 내 걱정에 마음 무거워할 남편 대신 부모님의 돌봄 속에서 회복하고 싶었다.



몸이 기억하는 회복의 동작


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진료에서, 수술받은 팔은 조금 더 두꺼워져 있었다. 림프절 15개를 제거했으니 앞으로 재활이 삶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침대에 누워 직접 동작을 보여드리자, 회복이 빠르다며 칭찬해 주셨다. 치료사의 손길은 따뜻했고, 그 순간은 오래 머물고 싶을 만큼 평안했다.


수술 후 따라 해온 어깨 운동도 꾸준히 이어가라 하셨다. 움직임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지금, 내 몸은 분명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의사의 위로, 마음에 닿다


종양내과 진료에서 교수님은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물어 주셨다.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다 암 진단을 받은 사정, 그리고 아이 대신 둘이서 살아가기로 한 선택까지. 이야기를 들으시며 눈시울이 붉어진 교수님은 “엄마로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다”며 나를 위로해 주셨다.


앞으로는 AC 항암 4차, 이어서 탁소텔 4차. 교수님은 “머리카락은 빠지겠지만, 미모는 어디 가지 않는다”는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셨다. 진료실을 나서며 남편과 나는 같은 마음을 말했다.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만남이었다.



부모님 앞에서 다시 웃다


진료를 마치고 대구로 내려왔다. 부모님 앞에 선 나는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밝은 얼굴로 너스레를 떨었다. “이렇게 회복이 빠를 수 있냐”며 놀라워하시는 부모님의 눈빛 속에 안도와 감사가 번져 있었다.



나는 여전히, 충분하다


곧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시작된다. 낯선 과정이지만 이제는 두렵기보다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 나를 지켜주는 가족과 친구들,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말한다.


나는 여전히, 충분하다.


비워낸 자리에도 삶은 여전히 가득하다.

그 사실을 하루하루 새롭게 배우며 살아간다.


함께 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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