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다짐 사이에서 다시 한 걸음
대구 친정에 내려온 뒤, 내 하루는 다시 천천히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
아침엔 샐러드를 챙겨 먹고, 하루 만 보 걷기와 세 번의 재활운동, 그리고 스트레칭.
몸과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붙드는 작은 루틴들이 나를 버티게 한다.
지친 시간 위에 천천히 쌓이는 안정제 같은 순간들이다.
오늘은 아산병원에서 영남대병원으로 외래를 회송받아 앞으로의 항암·방사선 치료를 위한 첫 진료를 다녀왔다.
‘곧 시작하겠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내일 항암 입원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
드디어 시작되는구나.
지금까지 준비해 온 마음의 근육을 믿어보기로 했다.
진료와 작은 기쁨
재활의학과에서 팔 둘레를 확인했다.
수술한 오른팔이 늘 1센티 더 컸는데,
오늘은 양쪽이 거의 같다고 했다.
열심히 스트레칭하고 재활운동 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아주 잘 하고 계세요.”
교수님의 그 한 마디가 마음을 환하게 비췄다.
그 어떤 약보다 큰 격려였다.
점심은 푸드코트에서 엄마와 물냉면과 돌솥비빔밥을 나눴다.
대구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를 피해 찾은 자리였는데, 평범한 한 끼가 오늘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엄마와 나란히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일, 항암이 시작된다
혈액종양내과에서는 케모포트 삽입 후 AC 항암 1차를 바로 진행하자고 했다.
예상보다 빨리 닥친 일정에 조금 당황했지만, 엄마의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는 게 좋지”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돌아와 항암 준비물을 급히 주문하며 내일을 맞을 마음을 정리했다.
물도 잘 못 마시던 내가 “하루 2리터는 꼭 마셔야지”다짐하며 생수도 한가득 주문했다.
탈모가 올 시기도 계산해 보고, 두상이 못생겨서 걱정이라며 웃음 섞인 검색도 했다.
그래도 괜찮다.
미리 걱정도 해보고, 받아들일 준비도 해보는 거니까.
이제 다시 시작
나는 이미 10시간 30분의 대수술을 견뎠다.
이제 또 다른 산을 넘으려 한다.
두렵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치료는 잃어버린 내 삶을 다시 되찾기 위한 여정이라는 것을.
3주 간격, 총 8차.
12월 말쯤이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분명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 있겠지.
오늘도 한 걸음.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화이팅, 나.
그리고 오늘을 버티고 있는 모든 누군가에게도.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하루도, 충분히 따뜻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