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마지막 항암을 앞두고

끝이 보이는 자리에서, 나는 다시 숨을 고른다

by 지혜로운 기록


내일이면

유방암 항암 여덟 번째, 그리고 마지막 날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늦게 실감 날 줄은 몰랐다.

길고 길 것만 같던 시간의 끝이

이제야 조심스럽게 눈앞에 다가온다.


항암 치료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일곱 번째 항암을 지나면서

몸은 분명히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독한 약이 차곡차곡 쌓였는지

발바닥 껍질이 한꺼번에 벗겨졌고,

처음 겪는 관절통이 찾아왔다.


앉았다가 일어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구구… 에구…”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발바닥은 말 그대로

한 겹이 통째로 벗겨졌고

요양병원에서 처방받은

강력한 크림을

아침과 저녁으로 꾸준히 발랐다.


그 시간 덕분에

발뒤꿈치 각질까지 사라져

뜻밖에도

아기 발처럼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통증과 저림 때문에

한동안은 스트레칭과 운동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자 수술한 자리는

조금씩 뻐근해졌고

수술한 쪽 팔도

어딘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같은 말을 되뇌었다.


그래도,

내일이면 끝이다.


2025년 크리스마스이브.

이 날짜는

아마도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항암 치료 일곱 번 동안

한결같이 병원에 함께해 준 사람은

엄마였다.


말없이 곁에 앉아

같은 시간을 견뎌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큰 위로를 받았다.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텼고

또, 이겨낼 수 있었다.


이제는

빨리 회복해서

엄마에게 제대로 효도하고 싶다.

그 마음을

수없이 되뇌며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 여덟 번째 항암은

남편이 함께해 주기로 했다.


늘 곁에 있지 못한 걸

미안해하던 남편은

마지막 날만큼은

휴가를 내고

내 옆에 서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항암은

정말 하기 싫었고

무섭고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조심스럽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 시간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만은 아니었다고.


나는 이 시간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되었고,

친척과 친구들,

교회 집사님들,

그리고 많은 지인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그 마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간 위로가 아니라

내 안에 남아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마음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내일, 마지막 항암을 받으러 간다.

나는 아마도

여전히 긴장하고

조금은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간을 지나며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강해졌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혹시 지금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 버티고 있고,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그리고

이 겨울이 지나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다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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