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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Jan 26.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바람아 바람아 너는 어디서 왔니 

바람은 마법을 부려놓긴 했다. 생각지도 못했고 꿈꾸지도 못했던 아프리카 땅, 그것도 오랜 시간 비행을 하며

꿈의 날개를 달아주더니 어느새 이곳에 정착했다


내 등을 떠밀던 바람!

나는 어느새 바람의 숲에 왔다.

술렁대는 잎들과 새들의 종알거림으로 한낮이 깊어간다. 


집이 장만되는 대로 이곳을 떠날 테지만 여기에도 점점 정이 든다. 문 열면 마주하는 함께 온 이웃도 그렇고 , 오르락내리락하던 계단과 방을 청소해주던 Luise, 호텔 입구 왼편에 늘 앉아있는 흑인 경비병과 짐 검사를 하는 젊은 아가씨도 그렇다. 그리고 항상 1층 로비에서 커다란 눈으로 반갑게 인사하는 성실한 젊은이, 그가 외치는 HELLO는 하루를 즐겁게 한다. 


Highland Suites Hotel은 호텔이긴 하나, 한국의 펜션 같은 곳이다. 주방이 딸려있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이제, 조금씩 길이 익혀지고 마트에 가서 쌀도 사고 요리도 한다. 양배추가 흔하기도 하고 요리하기도 쉬워서 햄, 양파 등과 볶아 자주 먹는다. 다행히 올리브오일에 간장과 소금만 넣어도 맛이 있다. 프라이팬에 가득 볶아놓으면 반찬 하나가 수북이 만들어진 것 같아 마음마저 풍성해진다. 


반찬을 많이 해놓는 것은 같은 층에 사는 두 분의 자문관들과 저녁 만찬을 자주 나누기 때문이다. 만찬이라야 반찬도 별로 없는 그런 식사지만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가를 우리는 안다. 가장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타국에서 살아가는 힘인 것을 말이다. 


르완다에 와서 닭백숙을 두 번 했다. 한 번은 완전 백숙으로 한 번은 닭죽으로 끓였다. 찹쌀이 없어 아침에 해 놓은 알랑 미 밥을 푹 떠 넣고 마늘을 크게 한 움큼 넣었다. 밥이 기름지지 않고 펄펄 날아다니는 것 같아서 밥을 지을 때 물을 훨씬 많이 넣고 짓기 때문에 닭백숙을 하기에는 좋다. 닭이 좀 질긴 것 같아서 오랜 시간 푹 고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르완다에서는 쇠고기보다 닭이 더 귀하다고 한다. 닭은 정말 귀한 손님한테 대접하는 거라고 교육기간 중에 선교사님께 들었다. 그래서 어디 가서 닭을 대접받았다면 최상의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해도 된단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그랬듯이 르완다에서도 그런 음식문화가 있나 보다. 어쨌든 닭은 여기서 훌륭한 접대 음식인 것 같다. 


내가 그런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단지, 부위별로 쭉 늘어놓은 소고기를 주문하는 것보다, 닭 주문이 그저 쉬웠던 것뿐...


"그릇하고 수저, 커피잔 들고 오세요"


한 손에는 접시를,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들어오는 남자들은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내가 보기에는 천진스럽기도 하다. 그냥 오라고 했는데 손에는 또 나눌 것을 들고 온다. 


"여기서 백숙을 먹다니~"


맛나게 드시는 모습에 내 마음도 뿌듯하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까. 이렇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오손도손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나중에 이것도 좋은 추억일 거라며 사진 한 컷 잊지 않고 남긴다. 우리는 정말 좋은 이웃이 되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쌓인 경험으로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함께 식사를 나누며 담화하던 테이블과, 호텔 1층 크리스마스트리, 쭉 늘어선 빗물받이, 호텔 수영장



맛있는 냄새가 호텔 1층 로비에까지 전해져서 나는 단숨에 요리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직원 한 명이 코를 킁킁거리며 음식 냄새를 따라가는 흉내를 내는 통에 한참을 웃었다. 카운터에 있는 젊은 흑인 남성은 잘 웃고 참 성실해 보인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이가 29살이고, 대학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다고 한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서 공부를 더하는 것이며 후에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우리 집 막내와 같은 나이의 젊은이다. 


*어디서든 열심히 자기의 업무에 충실한 사람은 참 보기에 좋다.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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