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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Jan 29.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7화

딸아! 내 말 좀 들어봐~~

딸하고 페이스톡을 하면서 푸념을 했다. 

선아!!! 네 아빠 여기서도 똑같다.!

내 얘기를 듣던 딸은 

"엄마,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즐겁게 있다가 와!"

"독자들이 엄마 글 기다려요~~"한다. 

늘 그랬듯이 아빠 흉을 보면 실컷 들어주다가도 끝에는 우리 둘을 은근슬쩍 엮어준다. 

딸의 말은 뻔한 답인데도 윤활유처럼 한결 내속이 부드러워진다. 



코이카에서 교육을 받던 중,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오전교육이 끝날 무렵 질문이 좀 길어지자 점심 먹을 시간이 빠듯했다. 여기서 시켜 먹으면 좋겠다고 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곳은 한국과 달리 음식점도 가까이 없을뿐더러 지금 주문하면 1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하듯이 다시 숙소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와야 했다. 현재 시간이 오후 1시 10분이 넘어가고 있는데, 오후 2시부터 다시 교육이 시작되니까 서둘러야 했다. 


아마도 점심은 빵으로 급히 때워야 할 것 같다. 이 쯤은 남편이 해도 무방하다 싶어서 나는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부터 들어갔다. 내가 볼일을 보고 있는 사이, 아니 웬걸!!! 남편이 계속해서 나를 부른다. 내가 화장실에 있다고 소리를 쳐도 계속 계속 부른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냉동실에서 꺼낸 빵 봉지를 들고 전자레인지 앞에서 마냥 쳐다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정말 화가 치밀었다. 아니, 도대체 이 남자는 뭐지! 사람들이 흔히 진국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남자, 자기의 틀이 최고인 줄 알고 있는 이 남자. 그 겉껍질 속에 들어있는 맹함이 매력이란 말인가!!! 오늘은 정말 아쉬웠다. 오늘 한 끼 정도는 자신의 손으로 척척 해서 내 앞에 건넬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유인즉슨, 안 해봐서 그런단다. 


전자레인지에는 하단에 두 개의 누름 장치가 있다. 처음부터 아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한 번 눌러보고 안 되면 다음 거 눌러보는 거지. 눌러보지도 않고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게 화가 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보면 아침 챙기는 동안 본인은 전에 하듯이 아침 조깅하고, 와서는 샤워하고, 차려 준 밥 먹고 그리고 함께 교육받으러 간다... 생각해 보라,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같은 층에 있는 두 분의 자문관들과 비교가 안되는가 말이다. 이럴 때는 "내가 왜 여기에 왔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주 먹었던 샌드위치와 발효된 밀크

어쨌든, 어서 끼니를 해결해야겠다. 마음은 상했지만 먹을 것은 먹어야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이상하게 코너에 몰릴 때 뇌가 번뜩 깨인다. 아침에 먹다 넣어 놓은 샐러드랑 치즈가 놓여있는 접시를 꺼내고 후다닥 계란프라이해서 빵에 올려놓았다. 멀리까지 와서 배까지 곯으면 나만 손해 보는 거지 하는 생각에 맛도 모르고 뱃속에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욕심내서 밀크까지 한 잔 마셨다. 먹는 동안 우리는 고요 속에 침잠했다. 그저 입안에서 양배추가 이에 으깨지는 소리가 사각사가 들릴 뿐이었다. 속상한 거를 다 표시하지도 못하고 금방 우리를 태우러 코이카 차량이 올 시간이라 후다닥 로비로 내려왔다. 


그리고 일행에게 점심 식사는 했냐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새는 바가지를 봉합하는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그 일 후로 식사 후에 남편이 설거지를 곧 잘했다. 이것으로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앞으로도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을 감정싸움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나는 당신 밥 해주러 온 게 아니야~~


나는 숲이 좋아 바람의 숲에 왔고 

숲이 전해주는 말을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싸잡는다. 

자판기를 두드리는 손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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