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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Feb 06.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9화

문득,  그립다는 것은 사랑이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방금 바람 소리에 대숲이 울었다. 나는 키갈리 키요부로 이사한 지 2주가 되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와 수다스러울 정도로 지저귀는 새소리가 이곳의 일상이다. 나는 지금 정원을 마주 보고 있으며 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몸이 으스스하니 추운기가 돌았는데 뜨끈한 국물로 배를 채우니 온몸에 열기가 돈다. 남편은 한차례 감기로 코까지 헐었다. 사람들은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금 적도를 머리에 이고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바로 눈앞에서 본다. 그리고 매일, 지금 한국은 몇 시지!!! 하고 묻는다. 몸은 르완다에 있어도 정신은 자꾸만 고국으로 향하게 된다. 


문득, 쿠키가 보고 싶다. 그 아이 꿈을 꾼 것이다. 내게 안아달라는 듯 두 손을 허우적거리던 모습이. 

나는 왜 그 아이를 또 찾아갔을까. 이렇게 자꾸 그날의 모습이 어른거리는데...

그립다는 것은 사랑이었음을 고백하며, 오늘은 쿠키에게 편지를 쓴다.


쿠기 안녕! 잘 지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너를 생각하며 또 눈물 찔끔거리는 엄마를 혹 잊은 건 아닌지... 

"아니야 잊는 게 맞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괜한 욕심을 부린다!!!



쿠키!!!


쿠키는 내 작품집 <함께 부르는 궁둥이팡팡>에 당당히 등장하는 돌보아 주던 길냥이다. 쿠키를 내가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더 절실히 느꼈다. 한국날씨가 추우면 그 아이가 잘 있는지 더 궁금해지고 걱정이 되는 것이다.  몸이 안 좋았던 터라 신경이 많이 갔었다. 우리 집 예삐를 보는 것 같아서 그 아이를 보았을 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저 아이도 누군가 데리고 가서 보살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늘 안타까웠다.  


르완다행이 결정되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이 그  아이 문제이기도 했는데, 다행히 쿠키를 돌봐 줄 좋은 분을 만나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나는 쿠키에 대한 마음을 떨구려고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멀찍이서 부르면 목소리를 알아듣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럴 때마다 울타리 너머 쿠키를 부르던 목소리는 늘 잠겨있었다. 남편은 그런 마음을 알고 이제는 쿠키를 잊으라고 했다. 그리고 르완다에 가서는 절대 고양이를 기르면 안 된다는 농담까지 했다. 


출국 하루 전 결국 쿠키를 찾아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마음의 동요였다. 쿠키야!!! 하는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다리를 절며 급히 내게로 온다. 머리며 몸이며 사정없이 비비고 내 가랑이 속에 얼굴을 한참 동안 묻었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서 마치, 안아달라는 듯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이 아이가 이렇게 적극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쓴 약을 안 먹으려고 나를 슬슬 피해 도망 다니기도 했던 쿠키. 


너도 나를 정말 많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것이 나는 너무 고맙다. 그런데, 건강 상태가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다시 왼쪽 눈에서 검은 물이 흐르고 다리는 더 절룩거렸다. 때로 나는 쿠키를 떼어놓기 위해 몇 바퀴를 돌다가 내려오곤 했었는데 이날도 그랬다.  


쿠키야 엄마 잘 다녀올게.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

르완다에 와서 내가 처음 고양이를 본 것은 핸드폰 개통을 위해 방문했던 MYN 건물 앞에서였다. 처음에는 고양인 줄도 몰랐다. 그 모습이 너무 꾀죄죄하고 모양도 특이했다. 그런데 어느 마트에서 고양이 사료를 보았는데 바로 그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아!!! 르완다 고양이였구나. 사료를 보는 순간 정말 반가웠다. 나를 처음 반겨준 고양이였구나!


그러다가 정말 르완다에 사는 고양이를 실컷 보게 되었는데, 바로 한국인이 하는 샤카에라는 식당에서였다. 주인 권사님이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고 했다. 인기척이 나면 어디서 뛰어오는지 사방에서 후다닥 뛰어나와 위층을 올려다본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쓰다듬어주려 했는데 절대 더 가까이 오지는 않는다. 고국에 두고 온 우리 예삐와 쿠키를 생각하며, 궁둥이 팡팡이라도 해 주고 싶었는데 조금만 다가가면 후다닥 달아난다. 



문득 그립다는 것은 진정 사랑이었다. 그것은 고요하다가도 출렁이는 마음이 된다. 나는 방금 엄마와 페이스톡으로 안부를 전했다. 두고 온 것들이 다들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 새벽잠에서 깨었을 때  갑자기 가슴이 꽉 매어져 온 것도 그리움이었다. 고국에 대한 향수가 이런 것일까. 오늘은 쿠키가 그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냈다. 


쿠키야!!!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서로 건강하게 잘 지내자.  밥도 잘 먹고 사람들에게 예쁨 받는 그런 아이가 되거라. 곧 엄마도 이곳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될 거고 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어쨌든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할게. 한 번이라도 꼭 안아주지 못한 걸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오늘 네게 쓰는 편지를 갈무리한다.  


아마꾸루(안녕)^^


                                         쿠키와 나의 일상을 담은 하나뿐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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