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밤색 원피스에 구두까지 깔 맞춤하고머리에 볼륨까지 짱짱하게 넣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시간도 넉넉하게 잡아 출발을 할 것이고 택시 드라이버 존에게 구글 앱으로 위치까지 미리 보냈으니 시작 시간 훨씬 전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사방 곳곳을 아주 여유 있게 사진에 담을 것이고 오늘 행사를 찬찬히 취재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더욱 기대되는 한국 음식!!! 벌써부터 입맛이 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존이 늦게 와서 출발도 늦어진 데다가 남편이 그만큼 구글 앱을 미리 보여주고 위치를 설명했는데도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자칭하는 존이 도무지 찾지를 못한다. 대사관이 아니고 대사관저라고요~!!! 지난번에 개인적인 초대로 관저에 한 번 와 봤기 때문에 근처까지 대충 안내를 하는데도남편에게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되려 방향을 묻는다. 게다가 차선까지 위반해서 딱지를 떼였다고 구시렁 구시렁댄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답답한 나머지 남편목소리도 커지고 내 머리에도 땀이 찬다.예상대로라면 30~40분 정도 일찍 도착할 거리를 몇 번의 턴을 반복하다가 겨우 도착했다. 그것도 한 운전자의 도움을 받아...^^
안내부스(좌), 인증샷을 찍다(우)
정오의 뜨거운 태양 때문인지 아니면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높이 흔들리는 태극기가 더 눈부시게 보였다. 먼저 코이카에서 준비한 사각의 사진틀 안으로 얼굴을 밀어 넣고 인증숏을 찍었다. 방금 전에 짜증 났던 얼굴을 평안의 모드로 얼른 바꾸고.
"어머 좋아요 잘 어울려요"~~ 찰칵
손님을 맞이하며
식전 행사장 모습
한복을 입고 갓을 쓴 대사님, 그리고 분홍빛 한복의 고운 태가 물씬 나는 사모님. 한인회 회장님, 코이카 소장님을 비롯한 임원분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갓을 쓴 대사님의 모습이 여느 선비 못지않다. 대사관저 수영장을 중심으로 무대를 만들어 레드 카펫을 깔아 놓았고 마당 곳곳의 테이블에는 내외국인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나란히 놓인 양국의 국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산 중턱의 집들이 아련하게 배경으로 놓였다.
각국의 국가를 부르면서 식이 시작되었다. 월드미션 프런티어 고등학생들이 르완다 국가를, 월드미션 프런티어 김진영 단원이 애국가를 불렀다. 해외에 나와서 애국가를 들으면 고국에 있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울컥함이 있다. 그의 진지하고 깊은 울림에 감동되어 따라 부르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축사를 하는 주르완다 대한민국 정우진 대사 (좌), Kabarebe James 르완다 외교부 국무장관(우)
축배의 시간
이어 정우진 대사님의 축사가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오늘의 빅 하이라이트는 대사님이 쓰신 갓이 아닐까. 한복에 갓 쓰고 영어로 축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살짝 넘어간 갓 속에 활짝 웃는 대사님의 얼굴이 보인다. 이런 광경이 참 정겹다."대사님 너무 귀여우시다~!!!" 뒤에 있던 청년들이 대사님을 향해 애정 어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교회에서 뵙던 대사님이나 이곳에서 뵙는대사님이나 정말 격의 없이 편하게 자리를 베푸시는 것 같다. 르완다 kabarebe James 외교부 국무장관의 축사가 이어지고 오늘의 뜻깊은 행사와 서로의 화합을 향하여 축배를~~!!!
월드미션 프런티어학교 고등학생들 (좌), 월드미션 프런티어 김진영 단원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월드미션 고등학생들이 우리 가요 <해 뜰 날>을 부른다. 교복 입고 댄스까지 곁들여서 부르는데 드디어 대사님도 함께 노래하고 춤춘다. 갓도 흔들흔들. 도포자락도 흔들흔들... 학생들을 지도한 김진영 단원은오 솔레 미오 <오 나의 태양 >를 불렀다. 두 곡 모두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 경축행사에 걸맞은 경쾌하고 희망적인 노래였다.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르완다 유단자들
격파시범 정지만 사범
격파시범 최연호 사범
한국의 태권도~!!! 역시 한국의 자랑이다. 국기원해외파견사범으로 나와있는 정지만사범과, 현재 르완다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연호사범의 격파시범, 르완다 태권도 유단자들의 시범공연이 펼쳐졌다. 기압 소리를 우렁차게 내며 높이 오르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태권도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한낮의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카메라를 찍다 말고 모자부터 눌러썼다. 머플러까지 했어야 했는데 깜박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목에 햇빛 알레르기가 발생해서 근질근질한다. 그래도 행사 하나라도 놓칠세라 내 눈은 늘 바쁘다. 간간이 집어먹은 간식 덕분에 시장기를 면하긴 했는데 행사 뒤편에 김치전, 녹두전 잡채, 수정과 부스가 놓여있어서 접시에 일단 담았다. 관저 안쪽에는 더 많은 음식 부스가 있다. 르완다에 있는 사카에, 김치, 대장금, 몽마르체 네 개의 한국 음식점이 총출동된 것이다. 음식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행사 사진을 찍다 보니 놓쳤다. 내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고 나도 음식을 담아야 해서... 연어롤, 김밥, 닭강정, 떡볶이, 김치, 돼지수육, 막걸리, 떡 등등. 그런데 일찍 마감한 부스 앞에 서니 왜 이리 아쉬운 거지. 나도 닭강정이랑 떡볶이 먹고 싶었는데~~^^
사랑합니다~!!! 서로 반갑게 한 컷
개천절 행사는 르완다에 있는 교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되었다.그리고 깨닫는다. 우리는 서로서로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