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곡선을 만들며 피는 이유
오후 서 너 시쯤, 길을 걷다가 앉아있다
어제는 바로 이 자리에 남루한 한 여인이 앉아있었다
고단함과 가난이 몸에 밴 듯한 여인
저 둥근 길 위에는 얼마나 많은 슬픔의 시간들이 묻어있을까
나는 뾰족해진 마음을 내려놓는다
르완다에 온 지 열 달째다
뜻하지 않은 길이 새로운 길이 되면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도 내 것인 것 같다
나는 똑바로 갈 길을 남들보다 조금 더 돌아왔다고 말한다
내 안에 자연스럽게 생긴 슬픔의 나이테도 둥글었다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했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골목 바람을 다 안고 들어왔고
오도 가도 못하는 바람을 껴안은 집은 늘 들썩였다
그럴 때면 밤새 비가 더 내렸고, 밤새 바람도 더 세게 불었다.
발 밑에 유영하는 잎들은
말없이 흔들리며 사시사철 꽃은 핀다
모퉁이를 돌아갈 줄 아는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