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 시대 1
인류의 정신세계는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 카렌 암스트롱
무당의 ‘무(巫)’라는 글자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나무(工) 둘레를 사람들(人人)이 빙빙 돌며 춤을 추는 모습이다.
춤을 추면서 온 몸이 파동이 된다. 우주의 파동과 하나가 된다. 우주의 뜻을 알게 된다. 우주, 하늘, 신의 뜻을 인간세계에 전하는 사람이 무당, 사제, 샤먼이다.
인간은 수 만년동안 샤먼을 통해 신의 뜻을 따르며 살아갈 수 있었다. 신화(神話. 미토스)시대다. 삼라만상이 성스러운 시대였다.
그러다 2500여 년 전쯤에 철기 시대가 도래 했다. 철제 무기와 농기구를 갖게 되면서 평화롭게 살던 부족사회들은 전쟁의 소송돌이에 휩싸였다.
이때 인류사에 철학과 종교가 등장했다. 동양의 공자, 석가. 서양의 소크라테스, 예수. 이들은 신화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의 삶의 길을 제시했다.
공자는 하늘의 뜻(天命)이 인간의 본성(本性)에 있다고 가르쳤다. 성인(聖人)이라는 새로운 이상적 인간상을 제시했다. 성인은 ‘본성(本性)의 소리를 듣고(耳) 말하는(口) 임무(壬)를 가진 사람(人)’이다.
소크라테스도 ‘우주의 이치(로고스)’가 내면에 있다고 가르쳤다. 평생 내면의 소리(다이몬)를 들으며 살았다.
석가, 예수도 인간의 본성에 있는 불성(佛性), 성령(聖靈)을 따르라고 했다. 크게 보면 4대 성인들의 가르침이 같다.
그래서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이 시대를 ‘축의 시대’라고 했다. 인간이 항상 잊지 않고 살아야 정신의 축이 형성된 시대라는 것이다.
‘축의 시대’의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인류의 정신세계는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 인류는 서서히 정신의 축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 시대의 로고스, 이성(理性)은 더 이상 삶의 등불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도구가 되었다.
도구화된 이성으로 만들어진 현대문명은 더 이상 내면의 깊은 곳에 있는 본성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현대인은 ‘자아(自我) 중심’으로 살아간다. 축의 시대의 가르침은 자아는 본성의 명령을 따르라는 것인데, 자아가 자신의 생각(도구화된 이성)으로 살아간다.
자아는 자신밖에 모른다. 전체를 보는 본성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인간은 지독한 이기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자아들의 끝없는 전쟁, 이것이 현대문명의 맨얼굴이다. 정신의 축이 사라진 자리에 신화가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다.
‘환타지’ ‘환상’ 이런 말들이 이 시대를 잘 말해준다.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성은 얼마나 메마른가?
사막 같은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환상’이라는 오아시스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화의 복권은 위험하다.
전체를 보는 지혜의 빛, 진정한 이성이 사라진 자리에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신화들.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가 태어난다. 온갖 엽기적인 범죄들과 권태, 우울, 불안...... 같은 정신 질환들이 생겨난다.
우리는 다시 정신의 축을 되찾아야 한다. 타고난 마음, 본성에서 빛나는 지혜의 눈으로 이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환상, 환타지는 살아 있는 신화가 된다.
지혜의 빛이 사라진 암흑에서 돋아나는 신화는 인간의 야만성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사이비 무당들이 판치게 된다.
우리 혼자는 현기증이나 공허밖에는
거울에 비친 찌그러진 얼굴이나 공포와 구토밖에는
인생은 우리의 것이어 본 일이 없다, 그건 남의 것.
삶은 아무의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삶이고-남을 위해 태양으로 빚은 빵,
우리 모두 남인 우리라는 존재-
내가 존재할 때 나는 남이다, 나의 행동은
나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 나는 남이 되어야 한다.
내게서 떠나와 남들 사이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
남들이란 결국 내가 존재하지 않을 때 존재하지 않는 것,
그 남들이 내게 나의 존재를 충만시켜 준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없다, 항상 우리다.
삶은 항상 다른 것, 항상 거기 있는 것, 멀리 멀리 있는 것,
너를 떠나 나를 떠나 항상 지평선으로 남아 있는 것.
- 옥타비오 파스,《태양의 돌》부분
우리는 자아의 탐욕이 만든 허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 혼자는 현기증이나 공허밖에는/ 거울에 비친 찌그러진 얼굴이나 공포와 구토밖에는’
온갖 사이비 샤먼들이 난무한다.
우리는 본성을 되찾아야 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없다, 항상 우리다.’ 그제야 우리의 삶은 찬란하게 빛난다. ‘항상 지평선으로 남아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