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

by 고석근

영원회귀


개성을 가진 인간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전형적인 체험을 갖는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는 “똑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하겠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영웅적인 행동을 했을 때다.


우리는 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살아갈 때는, 보통 사람답게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어떤 상황에서 영웅이 될 때가 있다. 우리 안의 ‘영웅’이 튀어나와 나도 모르게 영웅의 화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매순간 과거의 어느 순간과 똑같은 상황에 처하는데, 왜 똑같이 행동하지 못할까?


천지는 사실 영원히 반복하지 않는가?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매일 아침을 먹고, 매일 해가 뜨고, 매일 해가 지고...... .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삶에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지금 이 순간, 똑같은 상황에 처해졌다는 걸 깨닫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똑같이 행동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뿐, 똑같은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똑같이 행동을 하겠다는 영웅적인 마음은 없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졌다는 걸 알아차릴 때는 내적인 정신의 변화가 있어 똑같은 상황을 새롭게 받아들일 때다.

현대철학의 아버지 니체는 말했다. “개성을 가진 인간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전형적인 체험을 갖는다.”


인간은 다르게 태어나 다르게 살아간다.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세계다. 다른 동물들은 세상을 같은 눈으로 보는데, 인간은 다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래서 인간에게 ‘개성화’는 인간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개성적으로 살지 않으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것이다.


심층심리학자 융은 말했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개성화, 자기실현이다.” 인간은 자신을 활짝 꽃피워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다른 생명체가 자신들을 활짝 꽃 피우는 것과는 다르다. 다른 생명체들은 종(種)으로서 자신을 활짝 꽃피우는 것인데 반해, 인간은 각자 자신을 활짝 꽃피워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오랫동안 신화는 인간이라는 종으로서의 삶의 지도였다. 한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신화가 다 가르쳐주었다.


그러다 2500여 년 전 인간은 ‘이성(理性)’을 획득하게 되면서 각자 하나의 개성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 후 왕을 비롯한 통치자들은 인간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가문, 신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게 했다.


특별히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들만이 개성 있는 삶을 살다 갔다. 우리는 이들을 성현, 위인, 영웅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근대사회가 열리면서 ‘개인’이 탄생했다. 소속에 지배되지 않는 개인, 이제 자신을 자유롭게 구성해가는 개인이 사회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진행된 인간의 개인화는 개인이 자칫 다시 자본 속에 함몰되는 위험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성적인 개인이 아니라 몰개성적인 개체가 되어 살아간다.

현대자본주의의 엄청난 생산력은 모든 인간에게 소비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찾게 한다. 명품, 신상을 갖는 게 각자의 개성이 되어버렸다.


니체는 자신의 개성을 활짝 꽃피워가는 인간을 초인(위버멘쉬)이라고 하고, 소비에 취해 자신의 개성을 잊고 대중으로 살아가는 인간을 최후의 인간이라고 했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초인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초인은 매순간 똑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매순간 똑같이 영웅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니까.



동녘 울타리 아래 핀 국화 꺾어 들고
무심히 남산을 바라보니
석양에 산 기운이 아름답고
새들은 무리지어 둥지로 돌아가네
여기에참된 뜻 있으니
이를 말하려다 문득 할 말을 잊네


- 도연명,《술을 마시며》부분


시인은 ‘술을 마시며’ 영원한 찰나 속에 노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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