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 2

by 고석근

영원회귀 2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 - 니체



어디서 읽은 이야기.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 눈을 비비며 투덜거리더란다. “왜 자꾸 아침이 오는 거야?”


아이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왜 자꾸 아침이 와서 유치원을 가야 하는 거야?’ 아이는 에덴동산 시절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원히 되돌아오는 것들은 우리에게 고통일까?


하루가 가고, 하루가 오고, 한해가 가고, 한해가 오고, 한 사람이 가고, 한 사람이 오고...... .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시지푸스의 형벌이다.


‘시지푸스는 제우스를 속인 죄로 지옥에 떨어져,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 그가 밀어 올리는 바위는 산꼭대기에 이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그는 영원히 이 일을 되풀이해야 했다.’


우리의 일상은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같다. 다람쥐처럼 힘차게 바퀴를 굴리지만 앞으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다.


끝없는 제자리걸음.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오늘 어제 같고 올해가 작년 같다. 과거를 회상해보면 기억되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외쳤다. “행복한 시지푸스를 상상하며 마음속에 그려보라!”


행복한 시지푸스라니? 머리로 따지지 말고 마음속에 그려보자. 실감나게. 그가 나인 듯이.


어릴 적에는 누구나 시간이 길다. 왜 그럴까?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새롭기 때문이다.


언젠가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차창으로 보았다. 붉은 해가 지고 있었다. 한 아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와!”


어른들은 묵묵히 있었다. 어른들에겐 매번 같은 해였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항상 생전 처음 보는 해였다.


아이들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다. 생생하게 기억된다. 기억되는 게 많기에 하루가 엄청나게 길다.


어른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기억되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간다.


그럼 우리도 아이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온 정신을 집중하여 관찰해 보자. 오래 들여다보자.


그럼 모든 게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보인다.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된다.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카뮈가 말하는 ‘행복한 시지푸스’가 된다. 실존주의자가 된다. 사르트르는 말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세상이 규정하는 ‘나’라는 본질들 이성적 존재, 남자, 여자, 회사원...... 을 벗어나 ‘지금 여기’에 충실한 나, 실존이 되어보자.


지금 여기에서 삶이 눈부시게 피어난다. 시지푸스가 자신을 죄수라고 규정했다면 그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다 잊었다. 오직 ‘지금 여기에 충실한 나’만 존재할 뿐이다. 그는 아이처럼 행복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왜 아이가 눈을 떠서 “와! 아침이다! 유치원가자!” 하고 소리치게 할 수 없을까?



우리는 결국 그저 존재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단순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말이요.


마치도 대지가 사계절의 돌아감에 동의하면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며 공간 속에 푹 파묻혀서

하늘의 별들이 편안하게 위치하는

그 숱한 인력의 그물 속에 쉬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과 같이......


- 라이너 마리아 릴케,《존재의 이유》부분


아이들은 ‘대지가 사계절의 돌아감’을 보며 함께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며’ ‘그 숱한 인력의 그물 속에’ 들어간다.


그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인간의 ‘존재의 이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원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