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모든 사람은 성격이 풍부할 때 그 개성이 받아들여진다. - 랠프 월도 에머슨
아내가 어느 날 내게 웃으며 말했다. “INFP 성격은 회사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네.”
아내는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읽었다고 했다. ‘헉!’ 나는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수백만 명은 될 ‘INFP’들을 생각했다.
나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내게 화를 내시며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있다.
“세상 네 혼자 살아라!”
아버지가 내게 얼마나 화가 났으면 어린 아들에게 그런 ‘악담’을 하셨을까? 그 말씀 속에 ‘나라는 인간’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에 대한 이런 기억도 있다. 어머니가 내게 화를 내거나 하시면 나는 방으로 들어가 장롱의 서랍을 열고는 어머니 것과 내 것을 떼어 놓았다.
그 뒤에도 ‘성질 못됐다’라는 말을 누군가에게서 가끔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세상 사람들이 나만큼만 하면 좋은 세상이 될 텐데.’
나는 나를 확신했다.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게 바로 ‘내 안에 갇힌 나’라는 걸, 미숙한 전형적인 INFP 성격이라는 걸.
‘내 안에 갇혀 사는 삶’은 참으로 힘들었다. 결국 30대 중반에 나의 세계를 깨고 밖으로 나왔다.
넓디넓은 세상을 떠돌았다. 나를 찾아가는 구도의 행각이었다. 꽁꽁 갇혀 있다 나온 나는 한 마리 야생 동물이었다.
그러다 나는 알게 되었다.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허상이었다는 것을. 나는 ‘항상 꿈을 꾸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나는 비로소 나를 찾은 것이다. 돈키호테(INFP)인 나를. 성격을 알고 나니 나의 모든 지나온 삶이 해석되었다.
학교의 ‘문제아’ 중에서도 INFP 성격 유형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 나도 학창 시절에 문제아가 되고 싶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간신히 나를 ‘범생이’로 가둬놓았다. 남들은 나를 착한 아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아내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선하게 보이는 얼굴에 어떻게 그런 성질이 있을까?”
아내는 나와 정반대 성격이다. ESTJ다. 나는 세상을 떠도는 돈키호테이고 아내는 성을 지키는 사람이란다.
아주 잘 맞는 궁합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서로 반대로 보니 서로를 인정해주면 둘은 커다란 하나가 된다.
MBTI 성격 검사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융은 인간의 성격이 다양하게 나눠진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진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성격인 사람들이 뭉치면 엄청난 힘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인간은 지상의 패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왜 회사에서는 특정한 성격 유형을 거부할까? 자기 속에 갇히기 쉬운 INFP 성격 때문일 것이다.
강의를 다니며 나를 힘들게 하는 분들을 보면 INFP 성격 유형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공부하며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나오면 더 큰 사람이 된다.
아마 이런 사람은 회사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탁월한 직관력, 통찰력으로 회사의 여러 장단점을 예리하게 분석해 낼 것이다.
회사에서는 자기 세계에 빠져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염려하겠지만, 그들에게 맞는 분야에서는 누구 못지않게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성격대로 살아야 한다.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 함께 이 세상을 꾸려갈 때 세상은 나날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나대로 살고 싶다
어린 시절 그것은 꿈이었는데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이 드니 그것은 절망이구나
- 김승희,《꿈과 상처》부분
‘나대로 살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시인은 수많은 상처를 입는다. 다양한 성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시인은 절망한다.
상처투성이의 시인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