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삶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닷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독일의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는 그의 소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에서 주인공 ‘나’는 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그들은 때때로 하찮은 일을 대단한 일처럼 이야기하고, 중요한 일을 하찮은 일처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흡사 아이의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벌거숭이 임금님’ 같다.
아마 파티를 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평소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건 골치를 아프게 하니까. 그들의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안다. 꼭 지켜야 할 것은 각자의 프라이버시. 선만 넘지 않으면 돼. 그들은 마냥 즐겁다.
그들의 삶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중요한 일과 하찮은 일들이 마구 뒤섞여 도저히 풀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들은 점점 삶의 진실을 회피하게 된다.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즐거운 삶을 향하여.
중요한 일과 하찮은 일을 엄격히 나누어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갈수록 삶이 단순해진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점차 하찮아지기에 그렇다. 그들의 얼굴 표정도 단순해진다.
희로애락이 얼굴에 다 나타난다. 몸짓도 단순해진다. 촐랑거리며 걷지 않는다. 아이처럼 순수해진다.
그리스의 대문호 카잔차키스는 말했다.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닷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중요한 일을 모르고 살아왔다. 하찮은 일을 중요한 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항상 머리가 복잡했다. 생각하기가 싫어졌다.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니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복잡한 머리로 생각하니 남들과 세상이 다 두려워졌다. 점점 나의 성을 강고하게 쌓아갔다.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내 편과 내 편이 아닌 사람들로 나누었다. 몇 번 내 편에게 배신을 당하며 사람을 편 가르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일을 중요한 줄 모르고 살아온 업보였다. 나를 성찰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일과 하찮은 일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차츰 머리가 맑아져갔다. 세상은 복잡한 게 아니었다. 높은 나뭇가지에 지은 새둥지를 보며 생각했다.
새가 깊이 생각하며 저 둥지를 지었을까? 기획안을 쓰고 설계도를 그려보았을까? 아마 좌우 균형만 맞게 나무 조각들을 나뭇가지에 걸어놓았을 것이다.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깊은 바다 속을 헤엄쳐간다. 그들은 단순한 원리만 지킨다고 한다.
다른 물고기와 적당한 거리두기. 그들의 본능은 같기에 이것만 지키면 일사불란하게 한 곳을 향하여 헤엄쳐갈 수 있다.
동양에서는 천지자연의 조화를 음양으로 설명한다. 음과 양의 만남으로 삼라만상의 천변만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가 세상과 뒤섞이면서도
내가 가진 소박한 즐거움에 만족하며,
하찮은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멀리하며 살아왔다면,
그것은 그대 덕분이다.
그대 바람과 요란한 폭포 그대 덕이다.
그대 산이여, 그대의 덕이다, 오, 자연이여!
- 윌리엄 워즈워스,《서곡》부분
나도 ‘세상과 뒤섞이면서도’ ‘소박한 즐거움에 만족’하는 법을 자연에서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