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by 고석근

전쟁


나의 병법은... 나는 승리를 뽐내고 있는 곳 같은 일에만 공격을 가한다. 나만을 위험에 부딪히게 할 성싶은 일에 대해서만 공격한다. 공격을 가하는 일은 호의의 하나의 징표이며, 때로는 감사의 징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어릴 적에 멋진 싸움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오로지 힘만 겨룬 싸움, 서열을 매기고는 끝인 싸움.


서열이 매겨졌다고 해서 지금처럼 ‘빵셔틀’을 시키거나 하는 ‘더티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친구로 어울려 지냈다. 산에 놀러 갔다가 위험한 길을 만나면 최강자가 앞장을 섰다.


얼마나 아름다운 서열인가!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에 시골로 이사를 갔다.


거기서 7년을 보냈다. 아름다운 싸움의 경험을 하게 하고 싶었다. 그 경험으로 한 평생 아름다운 인간의 질서 속에서 살게 하고 싶었다.


인류는 철기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아름다운 전쟁을 했다고 한다. 부족사회를 이루며 서로 오순도순 살았다고 한다.


두 부족국가 간에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강변에서 기다리던 군대는 다른 나라의 군대가 강을 다 건너기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또 다른 전쟁에서는 활을 쏜 전사가 또 활을 쏘려하자 상대방 전사가 소리쳤단다. “이번엔 내 차례야!”


그래서 활을 쏘지 않고 기다리던 그 군인은 활에 맞아 죽었단다. 우리 눈에는 참으로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고귀한 삶을 꿈꾸는 존재다.


비루하게 장수하는 현대 문명인들과 장렬하게 전사하는 그 평범한 군인은 누가 더 멋진 삶을 살다 가는가?

철기문명이 도래하며 인간사회는 약육강식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철제농기구는 척박한 땅도 개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구 곳곳에는 정복전쟁이 수백 년 동안 일어났다. 철제무기는 적을 대량학살 할 수 있었다.


인간은 잔악해졌다. 이런 비열한 싸움이 병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승리가 목적인 전쟁.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싸움. 철기시대는 온갖 괴물을 낳았다. 그들은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다


이 시대의 철인 니체는 한평생 멋진 싸움을 했다. “공격을 가하는 일은 호의의 하나의 징표이며, 때로는 감사의 징표다.”


내가 어릴 적에 경험한 몇 번의 멋진 싸움. 그때는 싸우면서 내 안에서 힘이 솟아올라오는 체험을 했다.


오로지 힘만 겨루고 서로 씩 웃으며 끝내던 싸움. 그 뒤 그런 싸움을 잊어버렸다. 그러다 싸움의 의지가 솟아올라올 때가 있다.


멋진 ‘라이벌’을 만났을 때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 내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 그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니체는 자신을 떠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지배를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호시탐탐 노린다.


그를 벗어나기를. 그를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인간은 어쩌다 서로를 가축으로 보게 되었을까?


서로를 개돼지라 부르며 혐오하고 있다. 가축을 기르면서 인간은 가축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다람쥐는

볼수록 신기해요.

어디서 죽는 줄 모르는

하늘의 새

바라볼수록 신기해요.

길러지는 것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볼품없어요.

나는

아무도 나를

기르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나 혼자 자라겠어요.


- 임길택, <나 혼자 자라겠어요> 부분



인간이 끝내 타락하지 않는 건, 계속 노인은 죽고 아기가 태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자들은 부활하라고 했다. ‘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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