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by 고석근

사랑


몸이란 곧 저 자신이 몸이라고 느끼는 영혼이다. - 장 뤽 낭시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보며 ‘무슨 사랑을 저렇게 어렵게 하나?’하는 생각을 했다.


집을 나와 혼자 지내는 한 기상청 직원이 말한다. “나는 공부는 잘했어. 정답을 찾는 방법만 익히면 됐거든.”

단편적인 지식위주의 학교 공부에서는 정답을 찾는 방법을 익힌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공부에는 ‘매뉴얼’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삶에는 매뉴얼이 없다. 그래서 공부를 잘했던 그 직원은 가족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도 학창시절에 정답 찾는 요령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안이 워낙 가난해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집안이 가난했다는 게. 진짜 공부는 온 몸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도 공부한 것을 써 먹을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제도권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소위 스카이 출신들, 석박사들은 묘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 진짜 공부가 더 더딘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한 사람이 사회에서도 잘나가는 게 정상이지 않는가? 공부를 잘했으면 더 건강하고 더 잘 살아야하지 않는가?


단편적인 지식위주의 공부, 논술이 생겼지만 요령만 익히면 좋은 성적이 나오는 논술. 이렇게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우리 사회가 학연, 지연으로 얽힌 사회여서 그렇지 진짜 실력으로 겨루면, 소위 명문학교 출신들이 지금과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기상청 사람들’은 사랑도 날씨 예상하듯이 하려한다. 사랑은 ‘원초적 본능’으로 하는 것인데.


사랑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자. ‘성춘향과 이도령’을 보자. 그들은 너무나 멋지게 사랑을 하지 않는가?


그들은 사랑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 그때그때 몸으로 한다. 왜? ‘몸이란 곧 저 자신이 몸이라고 느끼는 영혼’이니까.


영혼은 천지자연과 연결되어 있어 천지자연의 지혜를 갖고 있다. 몸이 하라는 대로, 즉 영혼이 하라는 대로 하면 다 잘 된다.


머리에 파편적인 지식이 가득한 현대인, 특히 공부를 잘한 사람들. 그들은 몸을 쓸 줄 모른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철따라 천지자연은 운행되는 것이다. 머리로만 지식을 익힌 사람은 타이임을 아는 감각이 둔하게 된다.


인간은 소우주라 철에 맞게 살아야 한다. 남녀는 미묘한 타이밍을 알아야 사랑의 불꽃을 피울 수 있다.


머리로 사랑을 하는 그들이 안쓰럽다. 언젠가 성 강사에게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모텔에서도 포르노를 보며 사랑을 한다고.


오! 사랑은 몸이 가는대로 몸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을. 그들은 몸 쓰는 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를 벗어나야 한다. 학창 시절에 배운 ‘생각하는 인간’을 벗어나야 한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다. 무의식적 존재, 알 수 없는 충동과 본능의 존재이다.


우리가 무의식, 충동, 본능을 두려워하지 말고 잘 발현시키면 우리는 육체를 가졌으면서도 영적인 존재가 된다.


이러한 힘들을 이성으로 억누르며 살아가니 얼마나 힘 드는가! 남녀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은 전쟁터가 된다.


오로지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동식물들을 보자.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도 이제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을 벗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풀밭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밀감을 먹는다, 입술을 나눈다

파도와 파도가 거품을 나누듯이


해변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레몬을 먹는다, 입술을 나눈다

구름과 구름이 거품을 나누듯이


- 옥타비오 파스, <연인들> 부분



우리는 언제 이런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인류는 오랫동안 이런 사랑을 하며 살아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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