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by 고석근

악마


악마를 굴복시키려는 자는 먼저 자기 마음을 굴복시켜야 한다. 마음이 다스려지면 악마들이 즉시 물러간다. - 채근담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던 형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가 범죄 현장에 가 살인범의 마음이 되자 그의 깊은 마음 안에서 한순간에 악마가 튀어 나온다.


살인의 희열에 젖어 있는 살인범, 한번 살인의 손맛을 느껴본 자는 살인을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악마가 산다. 그가 어떤 계기로 밖으로 튀어나오면 누구나 악마가 된다.


인간은 태곳적부터 어떤 상황에서는 인간을 죽임으로써 생존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때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수 있었을까?


원시부족들은 다른 부족과 싸울 때, 서로 ‘적’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그 순간, 죄의식 없이 적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가끔 언론매체에 ‘갑질 기사’가 나온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저렇게 무도할 수 있을까?


갑이 한 인간에게 ‘을’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기에 갑은 마음 놓고 을에게 행패를 부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들을 고문한 친일 경찰들, 그들은 독립군에게 ‘불순불자’라는 이름을 붙이자 그들은 마음 편안하게 고문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인간’에게 가한 무자비한 폭력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이 마음이 악마다.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있는 어두운 인간, ‘원형의 그림자’다. 이 악마는 한 개인의 어두운 과거가 아니다.


인류의 마음에 오랫동안 쌓여온 어두운 인류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악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악마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원시인들은 악마를 숭배하면서 이 악마의 저주에서 무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명인들은 이 악마를 더 이상 숭배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성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악마를 제압하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세계 4대 성인들은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 안의 영혼을 깨워 악마를 다스리라고 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영혼을 깨우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악마에게 노출된다.


이제 우리는 영혼을 깨워 하나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갈가리 찢어진 인간은 너무나 쉽게 서로에게 악마가 된다.


살인범을 쫓던 형사가 한순간에 악마의 화신이 될 수 있다. 살인범과 형사가 영혼을 가진 인간이 되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현대인은 원시인처럼 의례행위도 하지 않고 마음 다스리는 법도 잊어버렸다. 인류사에서 이만큼 악마가 많았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인간에게서 인간으로 옮겨가면서 인간은 결국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 마르틴 뉘멜러,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부분



우리가 인간으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가 가장 힘들 때, 아무도 우리를 도우러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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