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재

by 고석근

영원한 현재


멈춰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긴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지고한 행복을 마감하며 나는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본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엘리샤 쿠퍼 작가의 그림책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는 ‘영원한 현재’를 살아가는 두 마리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한 고양이가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새 고양이가 나타난다. 고양이는 새 고양이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었다.


언제 먹고, 언제 마시고, 어디를 가고, 어떻게 놀고, 언제 쉬는지.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작은 고양이는 자라고 자랐다. ‘큰 고양이, 더 큰 고양이’가 되었다.


고양이 둘은 도시에 살았고, 날마다 할 일이 있었다. 요리하기, 깔끔하게 하기, 기어오르기, 사냥하기, 모험하기, 계획 세우기...... .


두 고양이는 날마다 5분 동안 마구 뒹굴었다. 그런 다음 둘은 꿈을 꾸었다. 고양이들의 나날은 완벽했다.


몇 해가 지나고 또 몇 해가 지나고...... 늙은 고양이는 더 늙어서 어느 날 가야할 날이 되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건 모두에게 참으로 힘겨운 일이었다...... 새 고양이가 올 때까지는. 고양이는 새 고양이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었다.


언제 먹고, 언제 마시고, 어디를 가고, 어떻게 놀고, 언제 쉬는지.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


태초의 인간들, 원시인들에게 죽음은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장례식을 행하며 슬픔을 견뎌냈을 것이다.


의례를 통해 산자와 죽은 자는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리라. 이러한 삶들과 함께 신화가 만들어졌다.


원시인들은 활을 쏠 때 태초의 사냥꾼의 자세를 취한다고 한다. 모든 활을 쏘는 후손들은 ‘태초의 사냥꾼’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의례행위, 신화를 통해 ‘영원한 현재’를 살았던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어떤 뛰어난 사람을 과거의 어떤 뛰어난 인물에 견주어 말하지 않는가?


그는 ‘현대의 괴테’야! ‘현대의 소크라테스야!’ 원시인들은 누구나 뛰어난 사람으로 살았기에 다들 영생을 누렸다.


하지만 문명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름 없이 살다 죽는다.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는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두 고양이가 얼마나 위대하게 살다 죽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고양이와 달리 문명사회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문명 속에서 영원한 현재를 살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한껏 꽃 피워야 한다. 그러면 누구나 신화적 인물이 된다.


신화적 인물이 되어 위대한 삶을 살다 가야 한다. 긴 인류사 속의 한 인간이 되어 살다 죽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한번 살다 죽는 인생, 멋지게 살다 죽자!’ 이게 가능할까?


한번 살다 가는 인간이 어떻게 멋지게 살다 죽는단 말인가?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사형수는 찬하의 진수성찬 앞에서도 전혀 즐겁지 않다.


인간은 물질이면서 동시에 에너지다. 물욕에 젖은 현대인은 자신이 물질이라고만 생각한다.


자신의 실상이 영원한 우주의 춤, 에너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원시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에너지임을 알아 신화를 통해 불멸의 삶을 살았다.



삶은 단지 한 순간일 뿐이라는.

하지만 우리가 연인들을 기다릴 때면,

삶은 언제나 영원일 뿐인데.


- 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 <철학> 부분



‘우리가 연인들을 기다릴 때면,/ 삶은 언제나 영원일 뿐인데.’ 우리는 연인에게서 영원을 본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적 연인’에게서도 영원을 본다. 그 연인은 사람일 수도 있고, 예술 작품일수도 있고, 자연일수도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중지성(多重知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