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화가 나면

by 고석근

난 화가 나면


마음속에서 화를 해독하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틱낫한



나나 네스회버 작가의 그림책 ‘난 화가 나면’. “으아아아아!” 원숭이 빔은 화가 몹시 났다.


‘너무 피곤한데 엄마가 깨웠어요. 게다가 엄마는 빔이 제일 싫어하는 당근 수프를 먹으래요.’


‘오 이런, 이제는 하나 남은 바나나까지 떨어져버렸어요! 빔의 배 속에서 뜨겁고 부글거리는 느낌이 점점 커졌어요.’


빔은 동물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화를 가라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해?”


호랑이가 말했다. “난 화가 나면, 아주 크게 으르렁거려!” 따라 해봐! 빔은 아주 크게 으르렁댔다.


고릴라가 말했다. “난 화가 나면, 가슴을 쿵쿵 쳐. 온 정글이 흔들릴 정도로 세게!” 빔은 아주 세게 가슴을 쳤다.


화가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화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길을 가다 만난 코끼리가 말했다.


“난 화가 나면, 발을 쾅쾅 구르고, 구르고, 또 굴러. 화가 땅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릴 때까지.”


하지만 빔은 배 속의 뜨겁고 부글거리는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늪에서 놀고 있던 악어가 말했다.


“난 화가 나면 덥석 물어!” 빔은 악어 입을 보며 따라 했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


나무 밑에서 쉬고 있던 표범이 말했다. “난 화가 나면 뛰어. 아주 빠르게!” 빔은 냉큼 표범을 쫓아갔다.


표범에게 뒤쳐진 빔은 화가 솟구쳐 올랐다. 테이퍼가 말했다. “나는 화가 나면 야자나무를 마구 흔들어.”


빔도 야자나무를 마구 흔들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그만, 코코넛 하나가 빔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으으으으으!” 화가 난 빔은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 빔이 나무 위로 기어오르려는데, 나무늘보가 길을 막으며 말했다.


“나한테 가까이 오지 않는 게 좋을 걸. 난 지금 엄청 화가 났으니까!” 빔은 나무늘보를 마구 간지럽혔다.


“히히히. 호호호.” 빔이 나무늘보를 초대했다. “이제 내 나무 집으로 가자. 그리고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야기해 줘.”


빔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화가 나 발로 찬 바나나가 나무늘보의 머리에 떨어졌다는 것을.


빔과 나무늘보는 나뭇가지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화가 다 풀리게 되었다.


우리는 화가 나면 마음속의 화를 누군가에게 다 말해야 한다. 말하는 순간, 화는 내 의식 속으로 올라온다.


의식 속으로 올라온 화는 우리 마음의 빛이 그를 적나라하게 비쳐준다. 어두운 무의식에서는 뜨겁게 불타올랐던 화는 한순간에 힘을 잃는다.


바다에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는 것과 같다. 마음의 바람을 조용히 가라앉히면 파도는 순식간에 잦아든다.

말을 하지 않으면 화는 무의식 깊은 곳에 똬리를 튼다. 언제고 밖으로 튀어나오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우리의 마음은 화가 뿜어내는 독기로 병들게 된다. 화를 계속 참게 되면, 화가 화를 끝없이 부른다.



그 둥글다는 게, 그 순딩이 같은 모습이 죽이고 싶도록 싫었습니다. 깨트려버리고서야 알았습니다. 둥근 돌 속에 감추어진 그 각진 세월이 파랗게 날 세우고 있던 것을, 무덤 같기만 하던 그 속에 정말로 살아 있던 것은 시뻘건 불을 피워 올리고도 남을 분노라는 것을.


- 이승희, <돌멩이를 쥐고> 부분



애초에는 다들 모난 돌이었을 텐데, 얼마나 오랫동안 정을 맞으며 둥근 돌이 되었을까?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둥근 돌멩이들이 깨트려지면, 그 속에는 파랗게 날이 서 있고 시뻘건 불을 피워 올릴 분노가 살아있다’는 것을.


시인은 ‘돌멩이를 쥐고’ 우리 모두 돌멩이임을 깨닫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건강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