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인간은 자유다. 인간은 자유 그 자체다. - 장 폴 사르트르
어릴 적 어머니는 우리에게 가끔 말씀하셨다. “너희들만 다 키우면 훨훨 날아갈 거다!”
나는 어머니의 푸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빨리 커서 어머니를 호강시켜드려야지.’
어머니는 항상 새장에 갇힌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돈만 생기면 술집에 가서 노름을 하고 술을 드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신경질을 내셨다. 그렇게 해야 아버지가 더 이상 술집에 가지 않으리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어머니의 자유는 어떤 자유였을까? 장자가 말하는 참새의 자유였다. 마음대로 포르륵 포르륵 이 나뭇가지 저 나뭇가지로 날아다니는 것.
하지만 그건 아주 작은 자유다. 진정한 자유는 ‘붕새’의 자유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는 커다란 붕새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붕새는 워낙 큰 새라 자신의 힘만으로는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태풍이 불어오기를. 참새들은 붕새를 비웃는다. 자신들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지 못하는 큰 새를.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새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마음대로 직장을 옮겨 다니고, 여행도 여기저기 다니고, 사랑의 대상도 쉽게 바꾸고.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에게서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런 사람들을 보며 ‘참 좋겠어!’하고 다들 부러워하는데.
우리는 무의식중에 알고 있는 것이다. 자유는 붕새처럼 때를 알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붕새는 태풍이 불어올 때 힘껏 날아오른다. 태풍의 힘으로 하늘로 날아올라 기류를 타고 큰 날개를 치며 먼 남쪽 나라로 날아간다.
참새들은 태풍 앞에서 혼비백산이다. 나무 밑에 숨어 마냥 기다린다. 태풍이 지나가기를.
어머니도 붕새의 자유를 아셨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날 테고, 마침 아이들이 대체로 공부를 잘하니, 다들 자신들 앞가림을 잘 할 테고.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머니는 앞으로 하고 싶으셨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때에 맞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는 새장을 벗어나고 싶은 참새처럼, 마냥 울부짖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시다 어느 날 홀연, 나이가 드신 당신의 얼굴을 보셨다. 아이들은 다 컸고, 아버지는 이제 힘없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훨훨 날아가기는커녕 걸어 다니기도 힘들어 하셨다. 얼마나 황망했을까? 당신의 한평생이.
자유(自由)는 글자 그대로 자신의 삶(自)이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것(由)이다. 그럼 마음대로 하는 게 자유가 아닌가?
아니다. 이 세상은 어떤 원리, 이치를 갖고 돌아간다. 그 원리, 이치에 맞추지 않으면 우리는 ‘마음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참새가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하지만, 참새는 그 법칙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인 줄 알고) 살아가는 것이다. 붕새는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마음으로 천지자연의 법칙에 맞게 살아간다.
자신의 삶을 이 세상의 원리, 이치에 맞추어야 자유로운 삶이 된다. ‘마음대로’라는 허상에 빠지면, 자유로운 삶을 찾을 기회를 잃어버린다.
말하기 달콤하고 멋진
자유(Freedom)와 같은 말들이 있다.
자유는 온종일
내 심금을 울린다.
- 랭스턴 휴즈, <자유와 같은 말들> 부분
우리가 ‘자유와 같은 말들’을 떠올리는 순간, 우리 안에서 천지자연의 원리, 이치가 꿈틀댄다.
삼라만상의 원리, 이치가 화답한다. 우리는 거대한 천지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