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by 고석근

어머니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 유대인 속담



어머니께서는 항상 아프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 가는 게 겁이 났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까봐 가슴을 조렸다.


머리에 수건을 매고 누워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겨울엔 항상 감기로 콜록 콜록 기침을 하셨다.

어떨 땐 갑자기 몸을 마구 떠셨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진정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어머니를 꼭 지켜드리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마을 잔칫날은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가 장구를 치며 춤을 추셨다.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점쟁이가 내가 무병(巫病)에 걸렸다고 하더구나. 그렇다고 내가 점쟁이가 될 수는 없지 않느냐. 너희들 앞길을 막을 텐데.”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후회막급이다. 어머니는 점쟁이가 되면 우리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지금 같으면 무당이 되라고 적극적으로 권했을 것이다. 비교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그의 저서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에서 무병은 현대의 조현병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조현병 환자나 무병 환자는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원시사회의 무병 환자는 내면에서 만나는 것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상징들이어서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심층심리학자 융은 우리의 깊은 집단무의식에는 인류의 정신이 여러 상징의 형태로 스며있다고 한다. 원시사회에서 말하는 신들은 우리 안의 무의식에 있는 인류의 정신이다.


따라서 무병을 앓는 원시인은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며 자연스레 신화속의 신들을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조현병 환자는 깊은 내면에서 만나는 여러 상징들이 평소에 접하지 못한 것들이어서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원시사회의 무병 환자는 내면의 여정을 끝내고 나면 자연스레 사회로 복귀한다. 그는 이제 특이한 사람이 된다. 신의 소리를 전하고 인간의 마음을 신에게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조현병 환자는 그가 만난 상징에 의해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게 되어 사회로 복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현대사회는 신화적 상징들이 사라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는 사회에서 추방되어 정신병동에 격리된다.


어머니가 60대 후반이 되자 급작스럽게 건강이 안 좋아 지셨다. 나는 고향의 도서관에 강의를 마련하여 일주일에 한번 씩 내려갔다.


내가 적극 권하여 어머니가 무당의 길을 가셨으면 어땠을까? 훨씬 건강하게 사시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때는 신화에 대해서 별로 알지 못해서 어머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 어머니에게 적극적으로 권해드렸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세상에서 천대하는 점쟁이가 아니라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위대한 정신으로 대했을 것이다.


나날이 약해지시는 어머니를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당에서 먼 산을 바라보시는 어머니, 한평생이 꿈결 같았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보릿고개...... 얼마나 힘겨운 시대를 사셨는가!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의 어머니> 부분



외갓집에 가면 뒤꼍에 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배나무를 보셨을 것이다.


오래 전에 외갓집에 갔을 때 어머니의 꿈이 서려있는 것 같아 그 배나무를 눈이 시리게 바라보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