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永遠回歸)

by 고석근

영원회귀(永遠回歸)


아름다움은 반복을 찾는다. 퍼내고 퍼내도 끝없는 새로움이다. - 폴 발레리



영원회귀,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무한한 횟수로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개념이다.


반복이라는 단어는 ‘집과 직장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런 삶에 무슨 낙이 있겠는가? 우울과 권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런데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있던가? 고향에 없는 것이 다른 지역, 나라에 가면 있던가?


우리는 흘러간 시간을 안타까이 바라볼 뿐이다. 그러다 자포자기하게 된다. ‘인생이란 게 뭐 별 게 있겠어?’


‘그래도 한 때 좋은 것도 있었지?’ 과거를 되씹으며 여생을 보낸다. 왜 이렇게 인생이 지리멸멸하게 되었을까?

‘생각’ 때문이다. 생각이 항상 몸을 떠나 있어서 그렇다. 우리의 마음이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의 마음은 젊을 때는 미래의 하늘을, 나이 들어서는 과거의 하늘을 뜬구름처럼 배회하지 않는가?


아이들이 항상 즐거운 건, 그들은 항상 마음과 몸이 함께 한다. 몸이 가면 마음도 함께 간다.


눈이 꽃에게 가면 마음도 함께 간다. 온 몸이 꽃의 향기와 빛깔에 취한다. 아이의 몸은 저절로 춤을 추게 된다.

생각이 떠난 몸은 고깃덩이에 불과하다. 하나의 물질 덩어리다. 물질 덩어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수십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고 나면 세월은 쏜살처럼 흘러갔다.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일장춘몽, 인생이 긴 봄날의 꿈이다. 우리는 아이처럼 마음이 몸을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음과 함께 있는 몸은 매순간, 세상을 세심하게 다 느낀다. 깨어 있는 몸은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끼게 된다.

직장에 가고 집으로 돌아오는 반복적인 생활에서도 조금도 권태를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은 더 이상 화살처럼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감동한다. ‘아, 어제 보지 못한 풀꽃이 피어있구나!’ 하늘을 보면 구름이 흘러간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여러 모양을 이루며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 구름과 자신이 교신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가 지루하지 않게 된다. 생각이 떠난 몸뚱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따금 탄식한다. ‘아, 하루는 길고 인생은 짧구나!’


.매순간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차츰 ‘카르페 디엠’이 된다. 흘러가던 시간이 현재에 머문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반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새로움의 연속이다.


자신의 신화를 완성해간다. 신화는 자신의 삶과 영원의 삶을 하나로 연결한다. 원시인들은 집단적인 의례를 행하며 영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이 세상은 물질이면서 동시에 에너지의 장(張)이다. 물질인 인간이 세심한 감각에 의해 온 몸이 우주의 율동과 공명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인간은 자신이면서 동시에 태초의 인간이 된다. 지금 여기에 살아가는 나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나인 것이다.


영원회귀는 천지자연의 영원한 춤이다.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삶이다. 찰나가 영원이다.



가다 가단

후미진 굴헝이 있어,

소학교 때 내 여선생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

이쁜 여선생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


내려가선 혼자 호젓이 앉아

이마에 솟은 땀도 들이는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

내 영원은.


- 서정주, <내 영원은> 부분



우리에게는 세속의 시간이 전혀 침범하지 못하는 성소(聖所)가 있다.


거기서 우리는 영원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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