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지심(羞惡之心)
괴물은 역사적 산물이다. 인공적 존재이다. - 프랑코 모레티
예안더 작가의 그림책 ‘누가 내 도시락을 훔쳐 갔을까?’는 도시락을 잃어버린 샤오웨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땡! 땡! 땡!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와, 점심 먹자!”
아이들은 도시락을 가지러 우루루 식당으로 달려간다. 식당에는 아침에 가져다 놓은 도시락이 따뜻하게 데워져있으니까.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도시락을 찾아서 가져갔다. 샤오웨이만 빼고. 여기저기 아무리 둘러보아도 샤오웨이는 자기 도시락을 찾을 수 없었다.
샤오웨이는 교무실로 달려가 주임 선생님께 말했다. 샤오웨이는 주임 선생님과 함께 한 반 한 반 돌아다니며 찾아보았다.
아창이 훔쳐 간 걸까?
아창은 밥을 많이 먹으니까.
샤오제가 훔쳐 간 걸까?
지난번 샤오제의 변신 로봇을 망가뜨려 서로 말도 하지 않으니까.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틀림없이 원숭이가 훔쳐갔을 거예요.”
며칠 전부터 원숭이가 학교에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아이들은 원숭이로 잡으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119 소방대원이 오고 결국 원숭이는 포획되어 나무에 묶였다.
샤오웨이는 친구들이 나눠주는 도시락밥을 먹었다. 오! 그런데 샤오웨이는 책상 서랍 속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도시락을 발견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샤오웨이는 원숭이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가져다주었다.
다음 날, 아이들은 원숭이가 묶여있던 나무를 빙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한마디씩 했다.
샤오웨이는 멀리 서서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샤오웨이의 마음이 내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샤오웨이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지 않는가?
맹자는 말했다.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안다. 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수오지심은 누구나 타고나는 마음으로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모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 학생이 교실에서 돈을 잃어버렸단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을 조사해서 돈을 훔쳐간 학생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잃어버린 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찾아왔다고 한다. 그 아이는 울먹이며 말하더란다.
“선생님, 그 친구를 제발 처벌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그 친구와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그런데 그 절도사건을 학교에서 알게 되고 결국엔, 학교폭력위원회에 제소가 되었다고 한다.
그 두 아이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지내게 될까?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두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수오지심은 어떻게 될까?
인간은 오랫동안 동물이었다. 인간으로 진화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사회는 늘 위태롭다.
수오지심이 제대로 길러지지 않은 인간은 괴물이 된다. 괴물들을 무엇으로 통제할 것인가?
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
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니는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려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
〔......〕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 냄새와 술 냄새를 맡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 버릴 테야
법(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버릴 테야
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 번 소리 질렀다
이 동네는 법(法)도 없는 동네냐 법 도 없어 법도 그러나
나의 팔은 죄(罪)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시장(市場)에서
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문(門)열어 두어라 되돌아 올
때까지 톡, 톡, 물 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
- 이성복, <어떤 싸움의 기록> 부분
시인은 부자간의 파렴치한 싸움의 현장에 있다. 아마 시인의 형과 아버지의 싸움인 듯하다.
사실 어떤 행태로든지 모든 아버지와 아들은 싸운다.
아버지는 이 세상의 기존의 세계의 수호자이고 아들은 기존의 세계에 균열을 내며 자신의 세계를 열어가야 하니까.
끝내 아버지가 말하지 않는가? 패륜아들을 위해 “문(門)열어 두어라 되돌아 올/ 때까지”
서로의 수오지심이 깨어나며 두 사람은 화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부자는 대를 이어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