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換骨奪胎)
그대는 더 나은 것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 그대는 더 높은 차원으로 부활하기 위해 기꺼이 죽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모든 생명체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은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친다.
그러다 힘이 다 빠져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 멈춘다. 그의 얼굴은 평온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니, 천명을 기다를 뿐.
그렇게 최선을 다한 얼룩말들의 염원이 후대에게 전해지며 언젠가는 더 나은 얼룩말로 진화할 것이다.
생명체라는 건, 자신의 몸뚱이 하나가 아니다. 한 생명체 안에는 온 생명체의 거대한 기운이 작동하고 있다.
인간은 어떤가? 생명체니까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생각 여하에 따라 다른 생명체만도 못할 수도 있고, 훨씬 뛰어날 수도 있다.
인간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전혀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다. 환골탈태다.
우리가 우러러 받드는 성인들이다. 성인들은 인간을 뛰어넘어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기독교의 핵심사상은 예수의 부활일 것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인간의 세계에서 신의 세계로 들어간다.
석가는 어느 날 밤, 보리수 아래에서 고요히 앉아 있다가 인간의 세계에서 부처의 세계로 들어간다.
나무는 땅에서 태어나 자라지만 하늘을 향해 간다. 그래서 나무는 인간의 세계에서 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과거 신화시대의 샤먼(巫)은 나무 아래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 땅과 하늘을 잇는 나무(工) 옆에서 춤을 추며(人人) 접신을 한다.
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사람들의 염원을 신에게 기원했다. 이러한 무당을 공자는 철학, 인문학 시대의 성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성인(聖人)은 천명을 듣고(耳) 천명을 사람들에게 말(口)하는 임무(壬)를 띤 사람(人)이다.
천명은 하늘의 명령인데, 공자는 ‘천명이 우리 내면의 본성. 천명지위성. 天命之謂性.’이라고 말했다.
공자에 의해 신화시대의 하늘이 우리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하늘의 뜻을 알고 싶으면 우리의 깊은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크게 보면, 모든 성인들의 가르침의 핵심이 이와 같다. 소크라테스는 내면의 소리(다이몬)가 천둥처럼 울렸다고 한다.
지구상에 성인들이 출현한 시기가 대략 2500여 년 전 무렵이다. 철기의 등장으로 온 인류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다.
이제 더 이상, 하늘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처참한 비명 소리 속에서 성인들은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내면의 소리가 인류 정신의 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학자 야스퍼스가 말한 축의 시대다.
지금까지 인류의 최고의 지혜는 내면의 소리다. 이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현대 철학을 연 프리드리히 니체가 이 시대의 이상적 인간으로 생각하는 초인은 바로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생을 밀고 가는 사람이다.
니체에게서는 내면의 소리가 힘의 의지로 느껴졌던 것이다. 다른 생명체들은 긴 시간을 거치며 진화하는데,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한순간에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환골탈태를 해야 인간답게 살았다 할 것이다.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 최승호, <인식의 힘> 부분
공룡 시대, 다리가 짧은 도마뱀들은 항상 쫓기며 살았을 것이다. 다리도 길고 덩치도 큰 공룡들은 지구의 왕좌를 차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꼭대기는 다시 낮아지게 되어있다. 그들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흙으로 돌아갔다.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지구상에 조류가 탄생했다.
‘인식의 힘’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게 하고 전혀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