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는 예술가

by 고석근

모든 아이는 예술가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예술성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 파블로 피카소



천상병 시인은 말년에 시골에서 한가로이 살면서 저녁 어스름이 오면 주막을 찾아 나섰단다.


어느 날 시인은 단골을 바꿨단다.


부인이 슬쩍 물었다.

“새로 가는 술집 주인은 젊고 예쁜가 보죠?”


시인은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며 대꾸했다.

“새로 가는 술집은 잔이 더 크다 아이가.”


시인은 가슴에 아이 같은 천진성이 있었기에 끝내 ‘귀천(歸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천상 시인’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이 세상을 하나로 본다.


그들에게는 ‘너와 나’ ‘낮과 밤’ ‘선과 악’ ‘미와 추’ ‘부와 빈’ ‘삶과 죽음’...... 이 하나다.


세상은 막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다. 그러다 꽃들이 활짝 피어난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신이 난다.


어른들의 세계는 선명하다. 헤르만 헤세는 ‘명쾌함은 최악’이라고 했다.


선명하게 둘로 나눠진 세계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삶은 지루한 반복이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우리가 이리도 살기 힘든 건 근원적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막걸리 몇 잔에 ‘흐리멍텅한 눈이 되어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게 되는’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빡 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 천상병,《주막에서- 도끼가 내 목을 찍은 그 훨씬 전에 내 안에서 죽어간 즐거운 아기를(장 주네)》부분



느닷없이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 그 꼭대기 위에서/ 함빡 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는’ 기적.


이런 눈을 가진 시인은 ‘한없이 즐거웠을’ 것이다.


우리는 ‘도끼가 내 목을 찍은 그 훨씬 전에 내 안에서 죽어간 즐거운 아기를’ 위하여 애도해야 한다.


그 아이를 잃어버려 우리는 모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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