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by 고석근

혼술


새로운 천국을 건설한 사람은 누구나 먼저 자신의 지옥에서 필요한 힘을 얻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얼마 전에 술집에서 혼술(혼자 마시는 술)하는 한 젊은이를 보았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시인 이백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친구가 왔다. 친구가 물었다. “아니, 왜 자네 혼자 술을 마시는가?”


이백이 대답했다.

“그대는 주중취(酒中趣)를 모르는가?”


이백은 독작(獨酌)이라는 시에서 이 ‘주중취’는 ‘깨어 있는 자에게 전할 생각을 말아라.(勿謂醒者傳)’고 했다.


정말이지 ‘술에 취했을 때의 그 맛과 멋(酒中趣)’은 언어로 전할 수 없다. 그 자리는 ‘언어가 끊어진 자리(言語道斷)’다.


언어가 사라진 ‘사람과 하늘이 하나가 된(天人合一) 세계’다. 인간은 혼자 있을 수 있어야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


한 인간에게는 인류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갈 때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인은 외롭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서는 한시도 살 수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다. 항상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린다. ‘혼술’을 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내공을 갖춰야 한다.


인간은 절대 혼자 있을 수 없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혼술’을 할 수 있다.


나는 술자리 약속이 있으면 일부러 조금 일찍 나간다.막걸리 한 주전자 해물파전 하나 시켜놓고 혼자서 술잔을 기울인다.


묘하다. 술집 안을 둘러보고 창밖을 내다본다. ‘주중취’가 되지 않는다. 남들을 흘끔거리며 이백의 ‘독작(獨酌)’을 속으로 읊조려 본다.



석 잔을 마시면 대도에 통하고,

말 술은 자연의 도리에 합한다.

다만 술에 취했을 때의 그 맛과 멋은

깨어 있는 자에게 전할 생각을 말아라.


- 이백,《독작(獨酌)》부분



내 안으로 깊이깊이 들어가 보고 싶다. 아마 나의 지옥까지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때 나는 비로소 ‘주중취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