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by 고석근

정치



오래전에 정치의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때가 있었다. ㅇ군의 ㅂ 군수후보의 선거를 잠시 도와주었다가 그 분이 당선되면서 군수 비서실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다. 평소에 품고 있던 ‘아름다운 작은 공동체’에 대한 나의 꿈을 펼칠 좋은 기회였다.


ㅇ군은 농업지역이라 전 지역이 유기농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유기농은 어느 한 작은 지역에서만 실시해서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적어도 군 단위 정도는 되어야 실질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비서실장의 소임을 맡기도 전에 여러 통로를 통해 ‘로비’가 들어왔다.


나는 처음에는 그게 교묘한 수법의 청탁인지도 몰랐다. 가까운 사람들의 염려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화들짝 깨어났다.


‘아, 아무나 정치를 하는 게 아니구나!’ 오래전에 ㅇ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정치를 하려면 우선 강심장을 가져야 해. 거짓말을 하고서도 뻔뻔해야 해.”


그때는 술자리의 안주거리로 생각했지만, 막상 나의 문제가 되니까 그건 생사를 건 문제가 되었다.


나는 비서실장 자리를 사양하고 대신 ㅇ 문화단체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문화단체에서도 오래 일을 하지 못했다.


거기서도 ‘정치’를 해야 했다. 나는 두려웠다. 돈이 오가는 곳에는 언제나 인간의 탐욕이 넘실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귀신도 모르게 탐욕의 바다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때 생각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나, 한 자치단체를 다스리는 것이나, 한 단체를 다스리는 것이나, 원리는 같다.


석기 시대의 원시사회에서는 ‘사랑 가득한 평등의 세상’을 유지했다. 그 사회에서는 최고 지도자 부족장에게 돈과 권력이 주어지지 않았다.


명예만 있는 부족장은 오로지 마음으로 부족을 이끌어가야 했다. 그런 사회에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명사회가 되면서 부족사회는 무너지고, 계급사회가 되면서 최고지도자는 강력한 왕이 되었다.


엄청난 돈과 권력을 갖게 된 왕은 권모술수로 귀족과 평민을 다스려야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마키아벨리즘이 등장했다.


이런 사회에서는 나 같이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는 정치하기가 힘들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는 문명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를 행한 나라일 것이다.


아테네에서는 독재자는 국외로 추방시켰다. 모든 시민이 민회에 모여 정책을 결정했다. 공직도 추첨으로 뽑았다.


스스로 다스리고 스스로 다스림을 받는 이상적인 정치 체제였다. 이러한 아테네 도시국가의 시민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고 했다.


인간은 폴리스라는 도시국가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서로의 힘을 모아 도시국가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때 시민은 정치의 주체가 된다. 시민들은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권모술수보다 정의, 공정을 앞세우게 된다.

우리는 최소한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를 꿈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용맹한 사자와 간교한 여우’의 정치인들이 판치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공화정을 꿈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그는 군주정이 공화정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그 과도기의 군주를 위해 군주론을 썼다.


군주론이 처세술, 자기계발서로 널리 쓰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슬프고도 두려운 현상이다.


인간에서 ‘사자와 여우’로 퇴화하여 얻는 게 무엇인가? 남을 이기는 사디스트? 적응하여 살아남기?


그 무엇도 인간다운 게 아니다. 인간에게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형성된 ‘본성(本性)’이 있다.


본성에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진선미(眞善美)가 있어,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삶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도 건전하고 개인도 행복해진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철학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가? 그래서 온갖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끝내는 기후위기가 와 인류전체가 풍전등화가 아닌가?


우리는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 권모술수의 정치는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 맹자가 말하는 의(義)를 중심에 세우는 정치를 향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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