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을 넘어

by 고석근

‘군주론’을 넘어



어제 공부모임에서 니콜로 마카아벨리의 ‘군주론’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눴다. 그의 인간성과 현실 정치에 대한 통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을 사악하게 본다. 순자의 ‘성악설’이다. 사악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더더구나 그 당시 이탈리아는 여러 작은 나라로 분열되어 프랑스, 스페인 같은 강대국들의 침략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분열된 조국의 통일을 이루고 안정된 조국을 건설할 수 있는 강한 군주를 열망하며 군주론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공화주의자였다. 그가 군주론 이후에 쓴 ‘로마사 논고’에 공화정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그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간교함을 지닌 군주’를 바랐지만, 그런 군주가 국민, 시민에 의해 통제되는 공화정을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본 것이다.


사악한 인간들이 서로 견제하여 공공성을 실현하는 공화국, 아마 우리 대다수가 이런 공화국을 바랄 것이다.

그럼 마키아벨리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는 인간을 ‘사악한 존재, 이기적 존재’라고 본다는 것이다.


인간은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단적으로 이타적이기도 한 너무나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존재다.


심층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이 말하듯 인간의 마음 안에는 ‘두 개의 나’가 있기 때문이다.


자아(自我, ego)와 자기(自己, self))다. 이 자아는 문명사회가 되면서 형성된 자의식, ‘생각하는 나’다.


자아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둔다. 삼라만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라만상은 자신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아를 진짜 자신이라고 믿는 개인이 근대사회에 탄생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하는 나’는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다.


우리가 아는 학문들을 보자. 물리학은 물질을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왜 탐구하는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지질학, 심리학, 경제학... 모두 대상의 이치를 알아 자아의 행복을 위해 이용하려는 학문들이다.


이렇게 한 결과 인간은 행복해졌는가?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되어버렸다. 각자도생의 철학이 지배하게 되었다.

마키아벨리는 공화국을 향해 가는 과도기로 강한 군주를 생각했다. 이 군주가 이제 상시적인 통치자, 지도자가 되어 있다.


조직, 사회, 나라의 지도자들은 군주론을 읽으며, 권모술수의 정치를 하고 있다. 권모술수는 더욱더 정교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강한 지도자는 그를 통제하는 깨어 있는 주직의 구성원들이 없으면 무지비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우리의 정신이 시퍼렇게 깨어있으라고 다그치고 있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어떻게 깨어 있어야 하는가? 바로 자아를 넘어 자기를 깨우는 것이다. 자기는 우리의 영혼이다.


자기의 속성은 인의예지(仁義禮智), 진선미(眞善美)다. 자기는 척 보면 안다. 우리 안의 현자다.


이 현자가 깨어나야, 좋은 지도자가 되고 좋은 조직의 구성원이 된다. 마키아벨리의 한계는 이 자기를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아를 중심에 두는 인간들로 구성된 공화국은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속에서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들이 추구하는 공공성이라는 게 ‘정의, 공정’일 텐데, 인간의 이기심을 정의롭게 공정하게 해봐야 인간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인간의 자기가 깨어나야 인간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마키아이벨리의 군주론이 이 시대의 지혜가 되려면, 그의 이기적인 인간관에 무한히 이타적인 인간관이 더해져야 한다.


우리의 정치, 사회 현실이 이기적이고 사악한 인간들로 가득해 마키아벨리의 방식으로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꿈꾸어야 한다.


우리가 각자의 자기를 깨워나가면 이타적인 행동이 자연스레 나오게 된다는 것을. 그런 세상이 되어야 인간은 진정으로 행복해진다는 것을.


인간의 마음은 악마에서 천사까지다. 어떤 마음이 더 많이 나오게 하느냐는 조직, 사회, 나라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세월호가 바다에 빠져 사람들이 죽어갈 때 다른 사람을 구하고 죽은 사람들이 있다. 이게 인간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 남을 희생할 수도 있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는 게 인간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을 이루고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이 있다. 그들 사회에서는 이기심보다 이타심이 더 많이 발현되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야!’ 이렇게만 생각하고 살아가게 되면, 이 세상은 결국에는 생지옥이 되고 만다.


현실이 아무리 이기적인 인간들이 살아가는 약육강식의 정글이어도, 우리는 인간의 자기, 이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 사회, 나리를 꿈꾸어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 생각여하에 따라 어떤 사회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마키아벨리의 뜨거운 인간애, 조국애를 계승, 발전시켜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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