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超人)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하노라.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모든 존재는 자신을 넘어서 그 무엇인가를 창조해 왔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데 있다. 나는 사랑한다. 몰락하는 자로서 살 뿐 그 밖의 삶은 모르는 자를. 왜냐하면 그는 건너가는 자이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언하면서 현대철학의 문을 열었다. 이제 우리는 신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신은 천지자연의 근원이고 천지자연의 운행 법칙이다. 신이 만든 세상에서는 정답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신이 준다. 인간의 삶은 그 모델을 향한 여정이 된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세상은 좋을 것 같다. 답이 있으니 답에 맞지 않는 것들은 고쳐나가면 되지 않겠는가?
과연 그럴까? 스코틀랜드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생각해 보자.
지킬 박사는 모범적인 인간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선과 악을 분리해낼 수 있다는 달콤한 환상에 빠지게 되었다. 만약 이 두 요소를 각기 다른 자아로 분리해낼 수 있다면 인생에서 견디기 힘든 모든 고뇌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지킬 박사가 자신의 마음에서 분리하고 싶은 악이 하이드다. 하이드(hide), 숨어 있다는 뜻이다. 숨기고 싶은 나다.
신이 만든 세상에서는 누구나 지킬 박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빛이 생기게 되면 그림자가 생겨난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결국 지킬 박사는 하이드에 의해 파멸에 이르게 된다.
얼마나 많은 잔혹한 범죄들이 빛의 이름으로 행해졌을까? 니체는 신이 죽음으로써 인간이 구원될 수 있다고 믿었다.
신이 죽으면 이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함께 사라지게 된다. 어슴푸레한 세상, 인간의 마음도 어슴푸레하게 된다.
이제 인간은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 자신의 길을 온 몸으로 찾아가는 인간을 니체는 초인(위버멘시)이라고 했다.
초인은 이상적 인간상이 아니다. 초인은 길 위에 있는 인간이다. 니체는 초인은 ‘자신을 넘어서 그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가? 나뭇잎 하나도 끝없이 자신을 창조한다. ‘더 나은 자신’을 향하여.
그에게 목적은 없다. 오로지 치열한 자기초극이 있을 뿐이다. 가을에 땅으로 툭 떨어지는 낙엽, 그렇게 그는 생로병사의 일생을 마친다.
인도에서는 이 세상의 실상을 인드라망이라고 말한다. 무한히 생성 변화하는 우주의 춤, 초인은 우주의 춤 한 자락이다.
이러한 초인의 일생을 머리로만 생각하면 참으로 허망하다. ‘아니 그렇게 살다 가면 무슨 의미가 있어?’
하지만 우리가 아이가 되어 보면 초인의 눈부신 삶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무 아래에 서면 나뭇잎 하나가 되는 아이,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며 빗방울 하나가 되는 아이... .
그래서 니체는 최고의 인간, 초인을 아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를 “순수이며 망각이다. 새로운 시작이며 유희이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하나의 신성한 긍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