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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by 고석근

죽음에 대하여


감각과 정신은 도구이자 장난감이다. 그것들 뒤에는 여전히 자기(das Selbst)가 있다. 이러한 자기는 감각의 눈으로도 찾고 정신의 귀로도 듣는다. 자기는 항상 들으며 찾는다. 그것은 비교하고, 강요하고, 정복하고, 파괴한다. 그것은 지배하며, 또한 자아의 지배자이다. 나의 형제여, 그대의 사고와 감정의 배후에는 강력한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있다. 그것이 자기다. 그것은 그대의 몸속에 살아 있고, 그것은 그대의 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이가 들어가니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두 아들의 생로병사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두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광경이 눈에 선하다. 그야말로 천사처럼 온 아이들. 하지만 이 아이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다.


오! 화들짝 놀라게 된다. 이런 생각을 일찍 했더라면 아이들을 낳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태어나기에 죽어야 하는 인간,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독일의 시인 헤르만 헤세는 ‘봄의 언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백발노인들은 다 안다./노인이여, 땅에 묻히거라,/씩씩한 소년에게 네 자리를 물려주어라./몸을 내맡겨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2월이 좋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서성이는 시간들이 좋다. 산길을 걸어가면 희미한 온기들이 느껴진다.

노자는 말했다. “도(道)는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을 본받는다. 도법자연 道法自然.”


우리가 가야 할 길(道)은 자연을 본받으면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세가 백발노인들이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들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노래한 것과 같다.


자신들이 죽어 ‘씩씩한 소년들’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백발노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겠는가?


나 한 사람, 우리 아들들만 생각하면 죽음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나와 우리 아이들. 손주들, 연이어 태어날 후손들을 생각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일이 된다.


거대한 천지자연의 순환, 그래서 장자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죽어 혜시가 문상을 왔을 때,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시가 그 연유를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의 아내는 본래 삶도 형체도 없었고 그림자조차 없었지 않은가. 이제 그녀도 죽었으니, 이는 춘하추동의 변화와 같은 것이네. 그녀는 아마 거실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 걸세. 내가 처음에는 소리 내어 울었는데, 울다가 가만히 생각하니 가소롭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네.”


장자는 자신 안에 니체가 말하는 ‘자기(das Selbst)’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았던 것이다.


자기는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自我)’와 다르다. 자아는 우리가 아는 의식의 중심이고, 자기는 무의식까지 포함한 전체 나의 중심이다.


자기는 진정한 나다. 천지자연과 하나이다. 니체는 ‘(자아의)감각과 정신은 도구이자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자아는 우리가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맡게 된 배역이다. 부모, 자녀, 공무원, 회사원, 과장... 같은 어떤 역할의 수행자다.


자기는 우리 몸속에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우리의 몸 자체이다. 우리는 마음과 몸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명상을 해보면 안다. 마음을 다 내려놓고 고요히 자신을 바라보면, 자신은 텅 비게 되고, 텅 빈 나는 우주의 파동과 하나가 되어간다.


이 ‘텅 빈 나’가 바로 자기다. 자기가 우리 안에 실체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라는 것은 이름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느껴서 깨달아야 한다. 말로만 공부하게 되면 자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한번 망상에 빠지게 되면 자기(영혼)의 윤회, 사후의 구원... 같은 더 큰 망상이 뒤따라오게 된다. 우리는 항상 마음을 고요히 하여 자신도 자연(自然)의 일부가 되게 해야 한다.


스스로 그러하게 살아가게 되면 차츰 자연과 하나가 되어 갈 것이다. 처지자연의 운행 그 자체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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