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주

by 고석근

나와 우주


언어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 훔볼트



서양인들이 큰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은 그 배들을 아예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 번도 배를 보지 못했기에(마음에 배라는 언어가 없었기에), 보아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우리 마음에 없는 것은 바깥에 보이지 않는다(없다). 저 우주는 우리 마음의 작용이다. 우리의 ‘인식의 틀’에 저 우주가 있어 밖에 보이는 것이다.


현대양자물리학에서는 ‘관찰자 효과’를 얘기한다. 우리가 관찰하면 바깥에 물질세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대과학의 아버지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실은 에너지이고, 에너지 중에서 우리가 지각할 수 있을 만큼 파동이 낮아진 것들이다. 물질이란 것은 없다.”


우리가 보지 않을 때는 저 우주는 우리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의 장(場)’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우주, 물질세계는 자신이 만든 가상세계다. 흡사 인터넷 공간처럼 각자의 가상의 공간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죽으면 이 우주, 이 세상은 그대로 있고 우리 한 사람만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인식의 틀, 패러다임을 가졌기에 우리는 한 우주에서 살아가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눈에 죽어가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그 혼자 사라지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이다. 우리 눈의 착시 현상이다. 우리의 뇌가 지어낸 허상이다.


한 사람이 태어난다는 건 하나의 세계가 탄생하는 것이고, 그가 죽으면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 눈에 분명히 보이는 이 우주, 삼라만상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찰자의 마음’의 작용이다. 관찰자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관찰자가 창조한 것들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세계를 창조한 신(神)이다.

사람들은 산이 달보다 크다 말하네
만일 하늘처럼 큰 눈 가진 이가 있다면
산이 작고 달이 더 큰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 왕양명,《산에서 보는 달》부분



인간에게 세상을 보는 눈, 관점은 하나의 세계다. 하나의 관점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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