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聖人)은 괴로워

by 고석근

성인(聖人)은 괴로워

사람이 곧 하늘이라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 듯 하라. - 최제우



간디는 말년에 자신의 금욕을 시험하기 위해 발가벗은 여인들과 함께 잠을 잤다고 한다. 지족 선사는 황진이에게 유혹을 당해 하루아침에 생불(生佛)에서 중생으로 추락했다는데, 그의 금욕은 성공했나 보다. 지금까지 성인으로 추앙받는 것을 보면.


하지만 그 여인들은 무엇인가? 성인의 시험대상이 되어야 하는 그녀들은.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에게는 성욕을 가진 그녀들은 하찮은 존재인가?


노자는 성인이 이 세상을 망가뜨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성인이 필요 없는 인구가 작은 나라,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적인 세상으로 보았다.


성인(聖人)이 출현한 배경엔 철기문명의 거대한 고대국가의 탄생이 있다. 철기가 발명된 이후 부족 사회 간의 전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한 인간을 사회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새로운 인간형, 성인들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단위가 큰 사회에서는 성인의 존재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작은 공동체 사회’였던 원시 사회를 보면 다들 평등하게 평화롭게 살았다. 특별히 멸시당하거나 추앙받는 인간이 없다.


마하트마 간디, 그 당시 식민지라는 인도의 절박한 상황에서 그런 ‘위대한 인간’은 당연히 존경과 추앙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성(性)은 원초적인 생명 에너지다.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는 이 에너지를 자연스레 승화하지 못하고 억압하게 되면 그 에너지가 권력욕으로 왜곡된다고 했다.


인간이 성 에너지를 완벽하게 승화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의 성인 외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파렴치범으로 추락하는 것을 수없이 본다.


그래서 좋은 사회는 인간의 본성이 자연스레 발현될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성인이라는 존재는 결국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인간의 긴 역사에서 보면 인간은 지금 ‘인간’을 향한 긴 도정에 있을 것이다. 진화 중에 성인은 일시적으로 출현한 인간형일 것이다.


위대한 성인이 존재하려면 수많은 천박한 인간들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대다수 인간이 천박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성인의 존재는 인류 역사에서 ‘일시적 현상’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곧 하늘인 대동 세상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수많은 ‘괴로운 성인들’이 출현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땀 흘려 애써 일하는 일도 없고
그들은 밤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의무 따위를 토론하느라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족해 하는 자도 없고, 소유욕에 눈이 먼 자도 없다.

다른 자에게, 또는 수천 년 전에 살았던 동료에게

무릎 끓는 자도 없으며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는 자도 없다.


- 월트 휘트먼,《짐승들》부분



인간 외의 다른 동물들을 보면 서로 숭배하지도 않고 멸시하지도 않으면서 다들 당당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인간도 크게 보면 동물인데 왜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야 하나? 아마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인간으로 사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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