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협동
우리는...... 우리 자신인 그러한 자가 되고자 한다. 새로운 자들, 유일한 존재들, 비교할 수 없는 자들, 자기 스스로의 입법자들, 자기 스스로를 창조하는 자들!
- <즐거운 지식>
나카가와 리에코의 그림책 ‘보물찾기’를 읽는다.
‘찬이는 보물찾기를 하러 강가에 나갔습니다. 강가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강둑을 올라 들판으로 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보물찾기를 한 경험이 떠오른다. 교외의 남장사로 소풍을 몇 번 간 것 같다.
바위 틈새, 나무 등걸 아래를 뒤지며 다른 아이들을 슬쩍 슬쩍 눈 여겨 보며 나의 보물찾기에 열중하던 시절이었다.
‘찬이는 멋진 막대기를 보았습니다. “와! 마법의 지팡이다!” 찬이는 기뻐서 팔짝 뛰었습니다.’
‘바로 그때, “야호! 좋은 거 찾았다.” 하고 토끼 토리가 깡충 뛰어왔습니다. “내가 먼저 봤어.” 찬이가 막대기를 잡아당기자, “아냐, 내가 더 빨랐어.” 하며 토리도 지지 않고 막대기를 잡아당기고는, “빠른 걸로 치면 토끼가 세상에서 첫째지.” 하고 뽐냈습니다.’
지팡이를 사이에 둔 두 아이의 치열한 경쟁, 우리는 아이들에게 협동하라고 가르친다. 막연히 협동이 좋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다.
치명적인 교육법이다. 아이들은 경쟁부터 배워야 한다. 대안학교 출신 아이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하며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철저하게 협동을 배웠었다. 협동만 배운 아이들이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찬이와 토리는 지팡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토리와 찬이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바람처럼 빨라서 누가 토리이고 찬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찬이와 토리는 승부를 가릴 수 없어 이번에는 씨름을 한다. 씨름으로 승부를 가릴 수 없자 이번에는 멀리뛰기를 한다.
이렇게 경쟁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경쟁을 할 때 어떤 느낌인지.
자신들이 아는 경기를 다 해봐도 승부를 가릴 수 없자 두 아이는 할머니에게 가기로 한다.
두 아이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안에서 솟아올라오는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서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적’이 되어 있는 것이다.
협동만 배운 아이들은 적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모르게 된다. 적을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서로 협동할 수 있을까?
할머니는 두 아이에게 보물찾기 경쟁을 하게 한다. 두 아이는 달려가다 동시에 발견했다. 두 아이는 길에 놓여 있는 지팡이를 동시에 붙잡았다.
‘두 아이는 지팡이의 양 끝을 잡고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는 그 보물을 보자마자 “아이고, 이렇게 좋을 수가!” 하면서 양팔로 찬이와 토리를 안고 마구 볼을 비볐습니다.’
지팡이는 할머니의 지팡이였던 것이다. 보물은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한 것이다.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무언가가 아니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도움 되는 일을 했을 때 가장 기쁘다.
안에서 기쁨이 샘물처럼 솟아올라온다. 자신의 이득을 챙겼을 때는 잠시 즐거운 것 같으나 곧 사라진다.
허탈해진다. 텅 빈 자신을 채우기 위해 온갖 쾌락을 찾아 나서게 된다. 쾌락은 아무리 채워도 목이 마른 바닷물과 같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보물을 찾아야 한다. 이 보물은 협동으로는 찾을 수가 없다.
온 몸으로 경쟁을 해야 안에서 솟아올라온다. 기쁨으로 충만한 마음으로 봐야 보물이 눈앞에 보인다.
두 아이는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지팡이를 짚고 길을 가는 할머니의 뒤를 따라간다.
‘할머니는 금잔화 꽃밭을 세 바퀴가 돌더니, 현관으로 들어와 찬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찬장에서 접시를 꺼내고...... 더 이상 말 안 해도 알겠지요? (즐거운 간식 시간이랍니다.)’
두 아이는 경쟁을 통해 협동을 배웠다. 각자로 존재하면서 둘이 하나가 되고 나아가 다른 누군가에게 보물을 찾아주는 신비로운 체험을 했다.
찬이와 토리는 니체가 말하는 ‘새로운 자들, 유일한 존재들, 비교할 수 없는 자들, 자기 스스로의 입법자들, 자기 스스로를 창조하는 자들!’이 되었다.
우리는 먼저 자신의 보물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 보물을 갖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 경쟁의 장에는 어떤 외부의 힘도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투명한 햇살과 맑은 공기만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경쟁의 도가니에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물리적인 자신이 다른 사람과 화학적인 결합이 일어나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간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