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애 아니면 개

by 고석근

남자는 애 아니면 개


지금까지 모든 존재자는 자기 자신을 능가하는 무엇인가를 창조해 왔다. 그대들은 이 위대한 조수(潮水)의 썰물이 되길 원하며 인간을 초극하기보다 오히려 동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가?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의 백일, 돌 사진을 보면 다들 기저귀를 차고 있다. 아내가 말한다. “사내 아이들이라고해서 아랫도리를 벗겨놓고 사진 찍는 게 싫었어.”


대체로 오래된 어린 사내아이들의 백일, 돌 사진을 보면, 고추를 내놓고 있다. 당당하게. 아마 이 당당함이 한평생 갈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아담과 이브, 언젠가부터 아담은 고된 노동을 하게 되고, 이브는 아랫도리를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농경사회와 가부장 사회가 함께 등장했던 역사적 사건의 알레고리 같다. 약 1만 여 년 전에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가부장사회가 되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힘든 노동을 할 수 있는 남자가 사회의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여자는 남자의 소유가 되어갔다.


남자는 자신의 소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여자의 순결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자신의 아들에게 노후를 의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형성된 가부장 문화는 우리의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아갔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는 강박증,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는 강박증으로 인류는 불행하게 되었다.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코’는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증’을 잘 보여주는 빼어난 소설이다.


상류사회의 파티에서 돌아와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게 된 8등관 코왈료프는 다음 날 아침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는 책상에 놓여있던 거울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라게 된다. 코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꼬발료프는 소스라치게 놀라 물을 가져오게 하여 수건으로 눈곱을 닦았다. 다시 보아도 정말로 코는 없었다.’


그는 서둘러 옷을 입고 코를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다닌다. 사람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코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남성다움’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단지 육체가 살아 있다고 해서,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서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남자는 원시시절에 사냥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엄격한 서열 속에서 자신의 자리가 있었다. 코가 사라지면, 남자라는 지위, 8등관이라는 지위도 다 사라지게 된다.


코발료프는 자신의 코가 확실한, 마차에서 내리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자기보다 더 높은 관리로 보이는 그 남자에게 조심스레 말한다.


“저 실례합니다만...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건데... 그러니까 귀하는... 제 코란 말입니다.”


코가 자신보다 지위가 높다! 그렇지 않은가? 남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위를 자신의 존재 자체보다 높게 생각한다.


그래서 퇴직한 남자들은 명함이 없는 삶을 견디지 못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시 자리를 찾는다.


5등관 관리 행세를 하는 코는 망토를 두른 채 코발료프에게 위엄 있게 호통을 쳤다.


“당신은 실수하고 있소.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오. 당신의 제복에 달린 단추를 봐도 나와는 다른 관청에 속해 있으니까요.”


코발료프는 자신의 코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저는... 코 없이 다닌다는 것은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리에서 껍질 벗긴 오렌지를 파는 여자 노점상이라면 코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봅니다.”


코발료프는 코를 찾기 위해 경찰서장을 찾아가고, 사기꾼 코를 찾는다는 광고를 내기 위해 신문사를 찾아 갔다.


4월 7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 본 코발료프는 기쁨에 차서 외쳤다. “코다! 틀림없는 코다!”


그는 다시금 ‘완벽한 남자’로 돌아오게 되었다. 악몽이었다. 그러면 이제 모든 게 무사하게 되었는가?


꿈에서는 코를 잃어버렸지만 현실에서는 제자리에 붙어 있는 코, 어느 게 진짜일까?


우리의 현실 세계는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이뤄진 허상의 세계다. 이 세계에서 남성을 과시하며 사는 게 진실한 삶인가?


코발료프는 장자처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코를 잃어버렸던 꿈속의 내가 지금의 나를 꿈꾸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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