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으로

by 고석근

밥만으로


인간은 행복하게 숨 쉴 수 있도록 태어났다. - 가스통 바슐라르


우리는 ‘밥만으로’ 살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TV에는 시도 때도 없이 맛 집 프로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사람들은 “위하여!”를 외치며 행복에 겨운 표정들이다.

하지만 ‘잔치’가 끝나고 나면 그들은 쓸쓸할 것이다.

서로 뒷모습을 보이며 헤어질 때 그들의 가슴엔 짙은 외로움이 밀려올 것이다. 배를 가득 채웠건만 허기질 것이다.

인간은 밥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일꾼들이 논밭에서 빙 둘러앉아 합께 밥을 먹는 풍경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어릴 적엔 어디서나 흔하게 보던 풍경이었는데.

평화(平和)라는 글자는 ‘입(口)에 들어가는 쌀(米)이 고르다(平)’는 뜻이라고 한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 그 밥은 누구의 입에나 고르게 들어갈 것이다. 그때 비로소 이 세상엔 평화가 올 것이다.

예수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을 배부르게 했다는 ‘오병이어의 기적(五餠二魚─奇蹟)’이 일어날 것이다.


허전하여 경망스러워진 청춘을
일회용 용기에 남은 짜장면처럼
대문 바깥에 내다놓고 돌아서니,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진다 행복하여
〔......〕
행복하여 밥이 먹고 싶어진다
인간은 정말 밥만으로 살 수 있다는 게
하도 감격스러워 밥그릇을 모시고 콸콸
눈물을 쏟는다


- 김소연,《행복하여》부분



밥을 고르게 먹지 못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모두 허기가 진다. 그래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행복하여, 밥만으로 살 수 있음에 밥그릇을 모시고 눈물이 콸콸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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