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by 고석근

나는 신이다


우리는 한 번도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


- 카렌 암스트롱 Karen Armstrong (1944-1982, 영국의 종교학자)



넷플릭스의 다큐시리즈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착잡한 마음으로 보았다.


공부모임 시간에 회원들이 말한다. “어떻게 그런 허접한 교주한테 그 많은 사람들이 쉽게 농락을 당하죠?”

인간은 태어나면서 완전히 타인(엄마)의 보호 속에서 자라게 된다. 1년 정도는 꼼짝도 못하고 옹알이만 한다.


그런데 엄마는 옹알이로 하는 의사 표현을 다 알아 듣는다. 아기가 원하는 것들은 즉각 이루어진다.


아기는 차츰 생각하게 된다. “아, 원하기만 하면 다 이루어지는구나!” 이 전지전능감(全知全能感)이 어른이 되어도 남아 있게 된다.


이런 미숙한 어른들이 사이비 교주가 되고 신도도 된다. 지식을 쌓는다고 정신이 성숙하는 건 아니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타고나는 마음, 본성(本性)에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진선미(眞善美)가 있다.


이 본성의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보게 되면, 인간은 누구나 성인(聖人)처럼 지혜롭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인류가 이 본성의 위대함을 깨닫게 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의 축의 시대(Axial Age)다.

축의 시대는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처음 언급했다. ‘인류의 정신적 발전의 중심 시대’다.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말한다. “우리는 한 번도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


이때 지구 곳곳에서 등장한 성현(聖賢)들이 “본성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어떠한가? 물질(돈)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본성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자아(自我)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게 된다.

그러니 인간이 어떻게 어릴 적 형성된 전지전능감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겠는가?


인간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욕구는 식(食)과 성(性)이다. 식은 개체보존의 욕구이고, 성은 종족보존의 욕구다.

따라서 성은 인간의 ‘영생의 욕구’와 연결이 된다. 식의 욕구가 다 충족된 인간이 원하는 것은 영생의 욕구다.

이 영생의 욕구가 적나라한 성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는 게 사이비 종교들의 특징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두 가지 욕구는 에로스(삶의 본능)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라고 했다.


죽음은 육체로 태어난 인간이 육체적 삶을 넘어서 다시 천지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영원으로의 열망이 타나토스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無意識)에서는 죽음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죽음의 갈망이 성으로 나타난다. 성은 자신은 죽고 후손을 남기는 너무나 성스러운 의례행위다.


이 의례행위가 쾌락의 수단으로 전락하여 성스러움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대물질문명의 특징이다.


발정기가 없어진 인간은 언제고 성을 쾌락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인간의 성은 승화되어야 한다.


승화된 성이 예술과 문화다. 예술과 문화에 의해 인간의 마음이 고결해질 때. 성도 함께 고결해질 것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도 ‘남녀 26명 뒤엉킨 강남 클럽 업주 재판행’이라는 제목이 떠 있다.


인간의 영생의 욕구는 예술과 문화로 고상하게 승화되지 못할 때, 여러 다양한 난삽한 성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죽어서

썩는

시취(屍臭)로밖에는 너를

사로잡을 수 없어


검은 반점(屍班)이 번져가는 몸뚱어리


- 김언희, <모과> 부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안다.


사랑에는 죽음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고, 사랑할수록 우리 몸에는 검은 반점이 번져간다는 것을.


우리의 성과 사랑이 아름답게 승화하지 못한 결과다.


우리의 성과 사랑은 우리를 질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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