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라

by 고석근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라



한 여고생이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경험한 이야기란다. 낯선 곳이라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다가오더니 한명씩 안아주더란다.


나는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라!”


그는 나무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나무는 그림처럼 보이니까. 산도 말할 수 있다. 산이 그림처럼 보이니까.

그런데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응하는 그림이 있는가? 없다. 그럼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행동으로 보여라!”고 말했다. 핀란드 아이들처럼 꼭 안아주는 것이다.


어제 공원에서 쉬고 있는데, 두 중년 여성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나도 “안녕하세요?” 했더니 그녀들은 내 옆에 앉는다.


그녀들은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책자를 보여준다. ‘영생, 천국’이라는 큰 글자가 보인다.


‘오! 역시 전도였구나!’ 나는 말했다. “전도하지 마세요.” 그녀들은 환하게 웃으며 “왜요?”라고 한다.


“종교인답게 살아가시면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게 될 거에요.” 그러자 그녀들은 “기도만 한다고 되나요?”하며 나를 의아스럽게 쳐다본다.


그녀들을 돌려보내고 생각했다. ‘역시 말할 수 없는 신(神)을 말하니 대화가 엇갈리는구나!’


신이라는 단어는 그림처럼 보여줄 수가 없다. 신은 깨달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신을 마구 말하면 어떻게 되나?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은 신을 잘 섬긴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신을 모독하게 될 것이다.


신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전도를 하건, 기도를 하건, 결국 신성모독죄를 범하게 될 것이다.



등천하는 저 향기를 구린내로

저 신선한 과육들을

똥으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분뇨의 회로 나를

거치면 모든 것은 왜

심지어 당신, 심지어

하느님까지, 내게서

나오는 것은

왜 모조리


- 김언희, <왜 모조리> 부분



시인은 자신의 몸에 들어온 것은 모조리, 심지어 하느님까지 똥이 되어버린다고 노래한다.


이것이 생명의 실상이리라.


우리도 이러한 생명의 실상을 안다면, 하느님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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