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거리다

by 고석근

나는 먹거리다



길을 가는데, 한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를 붙잡고 뭐라고 크게 얘기를 하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니, 고양이가 비둘기를 잡아먹으려 했다는 것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간신히 서 있는 비둘기 한마리가 보인다.


“나는 집이 멀어서 그래요. 누가 저 비둘기 좀 돌봐 주세요.” 사람들은 비둘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제 갈 길을 간다.


“고양이가 저기 웅크리고 있네.” 한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그 할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고양이의 입에 물려 안타까이 버둥대는 비둘기를 차마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게 생명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생명이 생명의 먹이가 되고 먹거리도 되는 게 생명의 원리일 것이다.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식사거리를 빼앗긴 것이다. 저 비둘기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많은 생명을 먹었을까(죽였을까)?


이 상황에서 가장 올바른 인간의 행동이 있을까? 나는 그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며 자리를 떠났다.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 이만큼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이 있을까?



어떤 시인이

꽃과 나무들을 가꾸며 노니는 농원엘 갔었어요.


때마침

천지를 환하게 물들이는 살구나무 꽃가지에

덩치 큰 직박구리 한 마리가 앉아

꽃 속의 꿀을 쪽 쪽 빨아먹고 있었지요.


- 고진화, <직박구리> 부분



‘꽃과 나무들을 가꾸며 노니는 농원’은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꽃과 나무들과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지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날아왔다. 그는 꽃 속의 꿀을 쪽쪽 빨아먹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 광경을 보며 직박구리를 쫓아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박구리도 꽃과 나무들과 만나 서로의 살을 나누는 생명의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인도의 경전 우파니샤드에는 ‘나는 먹거리다’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나는 다른 생명체를 먹지만 동시에 다른 생명체의 먹거리라는 것!


직박구리는 이러한 생명의 이치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꽃 속의 꿀을 쪽쪽 빨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양이와 직박구리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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