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를 위하여

by 고석근

루저를 위하여


다른 사람의 위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자신을 그 아래에 있게 하고, 다른 사람 앞에 서고자 하는 사람은 그 사람 뒤에 서야 하는 법이다. 그리하면 위에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앞에 있더라도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노자,『도덕경』에서



오늘 아침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한 젊은 여성이 잽싸게 줄 옆으로 뛰어가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보니 그 여성은 자리에 앉아 있다. 아무도 그녀를 제지하지 않고 그녀도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도덕적 수준이 낮아졌다.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 살아남기! 이 시대의 생존 철학이 완성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 어릴 적부터 무한경쟁 속에서 자란 세대들.


무작정 앞으로만 뛰어가면, 남보다 앞서게 되면, 정말 잘 살아가게 될까? 고대 중국의 현자 노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위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자신을 그 아래에 있게 하고, 다른 사람 앞에 서고자 하는 사람은 그 사람 뒤에 서야 하는 법이다.”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면의 양심도 내팽개치고, 남보다 앞서가기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가 속한 가정, 회사, 사회에서 그를 좋아할까? 조만간 그는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게 될 것이다.


노자가 말하듯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뒤에 서려는 사람이 앞에 서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이 앞에 있더라도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자신들 위에 있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무게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니까.


무한경쟁 속에서 살다보니 젊은이들은 항상 ‘나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남에게 잘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그에게 잘해주게 된다. 노자는 말했다. “한 사람의 마음은 천만인의 마음과 같다.”


루저의 공포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여! 스스로 루저가 되려 하시라! 그래야 저절로 위너가 된다.


우리가 물에 들어가면, 물의 법칙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을 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 속에 사는 우리, 이 세상의 법칙에 자신을 맞춰야,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 중에서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런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 유하, <학교에서 배운 것> 부분



시인은 학교에서 배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인간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고 살아가면 어떻게 될까?


짐승으로 퇴화하게 된다.


짐승이 된 불구의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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