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속이지 말라
당신의 시야는 당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을 때에만 분명해진다. 바깥을 보는 자는 꿈을 꾸지만, 내면을 바라보는 자는 깨어있다.
- 칼 융(Carl Jung, 1875-1961.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오래 전 ㄱ 교육단체 수련회에 간 적이 있다. 깊은 밤, 술에 취해 무슨 말을 했는데, 맞은편에 있던 회원이 나의 말에 대해 마구 공격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갑자기 융단폭격을 하니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왔다. 옆에 있던 회원이 나를 뒤따라 나왔다. 그가 말했다. “요가를 해서 그런지 그런 공격을 받고도 참으로 침착하네.”
나는 그때 침착한 게 아니었다. 망연자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비유하자면, 시골 사람이 서울에 처음 올라와 서울역 광장에 멀뚱히 서 있다가 누가 코를 베어가도 가만히 있는 꼴이었다.
왜 그랬을까? 내가 너무나 오랫동안 나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와서 그랬을 것이다. 내가 목석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때 나의 얼굴 표정은 항상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살다보니 얼굴 표정의 세포들이 경직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뒤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오!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온갖 화(火)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 후 나는 술만 취하면, 나의 마음 깊이 숨겼던 감정들이 폭발했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화가 활활 타올랐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제라도 나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야 해! 그래야 나는 내가 될 수 있어!’
나는 차츰 섬세해지기 시작했다. 온 몸의 세포들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과 나는 교감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나의 감각은 공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미세한 차이를 포착해냈다.
섬세해지는 것! 자신의 희로애락에 지극히 예민해지는 것! 이것이 삶이다! 살아 있음의 환희!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의 오랜 꿈에서 깨어났다. 그동안 나는 긴 악몽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깨어나자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교감하기 시작했다. 이제 좀 더 잘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속이게 된다. 그러면 자신의 마음에 무감각해진다.
삶이 한바탕 꿈이 되어 버린다. 인생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 인생이 긴 봄날의 꿈이 되어 버린다.
얏호, 함성을 지르며
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
팅! 팅! 팅!
시퍼런 용수철을
튕긴다.
- 황인숙,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부분
시인은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노래한다.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새가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았다는 것을 잘 모른다.